혁신의지 없는 리더가 혁신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
권한을 가진 자가 잘못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관료화된 조직에서 리더의 모럴해저드를 통제하는 방법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리더의 모럴해저드가 조직 내부의 나눠먹기 행태로 나타나면 우리는 그것을 적폐 혹은 방만경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심각하게 관료화된 공공기관에게 뭔가 혁신적인 것을 요구하려면 반드시 리더의 모럴해저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양이 무리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된다.
어떤 행위를 통제하는 방법은 사전적인 통제와 사후적인 통제로 나눌 수 있다. 성과평가와 보상(당근과 채짹)은 전형적인 사후적인 통제에 해당된다. 그런데 오늘날 경영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사후적인 통제는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특히 관료화된 조직의 혁신의지 없는 리더에게 사후적인 통제 방법을 적용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초래되는데, 바로 사리사욕의 방편으로 오용을 한다. 결국 혁신의지 없는 리더의 경우 적절한 사전적인 통제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혁신은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실패를 넘어 부패를 조장하는 것이다.
사전적인 통제방법에는 다시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리더 스스로 잘못된 행위를 꺼리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람직한 행위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가지 형태의 통제방법 모두 아래와 같은 동일한 프로세스를 거친다.
(1단계) 리더가 스스로 약속/얘기를 하도록 한다.
(2단계) 리더의 행위를 공개한다.
(3단계) 공개된 행위에 대해 논의(칭찬과 비난)를 한다.
(4단계) 임기 이후에 활용되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기만 하면 혁신의지 없는 리더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올바른 경영을 유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경영혁신은 기본적으로 내부 경영활동을 충분히 공개하도록 만들고, 나아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기록되고 사후 평가로 연결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의 투명한 경영을 위해 어느 정도 사후적인 공개와 성과평가를 제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럴해저드가 여전한 것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사후 평가에 집중되어 있고, 그래서 사전 공개와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후적인 관리와 평가로는 절대로 혁신의지 없는 리더의 잘못된 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
가능한 조속히 정부는 공공기관의 관리에 대한 관점 혹은 방침을 전환해야 한다. 우선 경영혁신 활동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혁신의지 없는 리더에 의한 잘못된 혁신활동을 사전 방지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후적인 성과평가가 아니라 사전적인 혁신 여건의 조성으로 관점이 전환이 되며, 그 결과 충분한 공개와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마련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기관 3.0은 그 자체로 실효적인 공공기관 경영혁신 유인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