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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경영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힘이다

1. 세종대왕이 1425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고결하지도 않고, 다스리는데 능숙하지도 않소. 하늘의 뜻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찾아서 부지런히 내가 질책에 응답하게 하시오."


신의 영역에서 보면 세종대왕은 어리석은 수준이겠지만 시대의 상황에 제약을 받는 인간 세종대왕은 절대적 수준에서 결코 어리석지도 무능하지도 않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스스로 어리석고 무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겸양의 미덕으로 자신을 낮추고자 함도 아니고, 좌절의 말도 아니다.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존재다. 또한, 인간은 모른다는 것을 알 때 진실로 아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30년 직장생활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반복한 뒤에 겨우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무능한지를. 주위에서 "자신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직원을 보면 두렵다. 과연 그가 왕관의 무게를 느끼기는 할까?


자신이 뭔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기대나 목표가 낮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이해득실을 앞세우는 사람 또한 알지 못한다.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대의명분을 좇는 사람만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행히 주위를 보면 아직도 대의명분을 견지하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솔직함과 정직함으로도 자신이 뭔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2. 아인슈타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 얻기를 바라는 것은 미친 짓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므로 대단한 비밀을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이것을 모른다.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인데 어리석게도 더욱 열심히 해서 극복하려고만 한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의 시대에 적응하려는 여러 행태 중 하나에 DT(디지털트랜스포이션)라는 것이 있다. DT는 What의 전환이 아니다. How의 전환이다. 그리고 How는 Why에서 결정이 된다. 아마 이런 구조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T를 지향하는 많은 조직이 What에 매달리는, 그래서 기어이 DT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르고 있는 뭔가가 있기 때문인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적절한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올바른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드디어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세종대왕처럼 간절히 묻게 된다. 올바른 질문을 하면 정답에 가까이 갈 수 있고, 적어도 어리석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3. 내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남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게 된다. 이것이 고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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