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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Stake-holder)

회사는 직원과 고객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가?

[사례]

오래전 채권평가회사인 A사의 전무와 저녁 자리에서 나눴던 얘기입니다.


-----A사 전무의 얘기-----

(1)"우리 회사는 업무지시를 했는데 담당자가 'No"라고 하면 그 일은 안 합니다. 담당자가 그 일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는 것도 직원이기 때문입니다."

(2)"우리 회사의 미션은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직원 모두가 암묵적으로 그렇게 알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었더니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이 확대되었고,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현재 채권평가회사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3)"관리/지원부서의 평가는 사업부서 직원이 합니다. 연말에 '일(업무)하는데 회사가 적절하게 도움을 주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을 해서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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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가 직원을 믿고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다음의 두 가지가 전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ㅡ 첫째,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모른다는 것을 알면 "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1) 지시자가 확실히 안다면 직원들의 판단에 따를 이유가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만 하라고 할 것입니다.

  (2) 돈 되는 사업이 무엇인지 안다면 고객 요구에 의존해서 사업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고객의 불만이란 돈벌이 과정에서 겪는 번거로움이며, 그래서 회피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됩니다.

  (3) 현장(서비스/업무)은 고객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지원부서(경영)는 현장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제대로 경청하게 됩니다. 그래야 고객의 니즈에 맞추려고 하고, 현장의 요구에 맞추려고 합니다. 이것이 지속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만약 역순이 되면, 고객의 니즈와 현장의 불만은 드러나지 않고, 서비스와 경영에 반영되지도 못합니다.

ㅡ 둘째,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을 직원과 고객은 알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그들도 조직의 성공을 위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은 긴밀한 관계 속에서 쌓입니다. 평소에 직원을 살피고 키워야 하고, 고객의 일을 내 일처럼 도와줘야 합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상대방 또한 터놓고 얘기 할리가 없습니다.


A사 전무의 다음 얘기를 들으시면 이해가 좀 될 것입니다.


-----A사 전무의 얘기-----

"채권평가 관련 업무는 복잡하고 오랜 경험과 전문가적인 역량이 필요하지만 후선업무(Back Office)여서 돈이 되지 않고 박봉입니다. 직원을 전문가로 키워놓으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데려가는데, 회사는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을 전문가로 키워서 더 좋은 회사에 보낸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보면 '전문가로 커서 은행에 스카우트된 선배를 성공 모델로 삼으라'는 조언을 합니다. 그러면 이직한 직원은 우리 회사를 고맙게 생각해서 충성 고객이 됩니다. 말하자면 Win-Win 관계 혹은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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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은 경영자의 학문입니다. 경영자는 조직의 성공을 위해 직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직원이 자발적으로 조직의 성공을 위해 동참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흔히 대표적인 직원의 경영참여 사례로 독일의 "공동결정권 제도"를 얘기합니다. 이 제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경제회복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단기간에 경제회복을 해서 다시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무서운 독일의 저력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노사갈등 구조를 만드는 것이 좋은데, 공동결정권 제도를 만들면 조직 내부에서 노사 간의 이해 다툼과 자중지란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 것이죠. 아시겠지만 미국 경영학의 모형에 입각하면 "공동결정권 제도"는 노사 간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유럽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독일의 회사와 A사는 모두 직원과 고객을 믿고 의지한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자 : Stake-holder]


회사라는 조직은 무형의 존재이므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조직을 대신하여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과연 회사의 주인은 누구이며, 회사를 대신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는 또한 누구일까요?


흔히 회사의 주인은 주주(Share-holder)이고,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고 합니다.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을 위해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주식회사 제도가 탄생되었고, 그래서 돈을 투자한 주주는 당연히 회사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경제 주체는 영리 행위, 말하자면 수익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투자자인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며,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며, 회사는 매출과 이익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주자본주의 관념이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한편,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면 사장은 경영에서 최종 권한을 갖고 무한 책임을 지므로 주주의 대리인이며 회사를 대신하여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권한과 책임의 관점에서 보면 최고경영자인 사장만이 유일한 대리인이고, 나머지 임직원들은 모두 사장의 지시에 따르는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권한과 책임의 관점은 "상호 불신"을 기반으로 하므로 직원은 회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성과와 보상(당근과 채찍)이 가장 어울립니다. 사실 직장인으로서 일을 한다는 것은 주어진 업무에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을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은 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체"이므로 주주를 주인으로 모시는 머슴의 존재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의 회사들을 보면 단지 돈(수익)만을 목적으로 설립되지도 않습니다. 많은 훌륭한 회사들은 수익을 넘어 조직의 설립목적과 존재이유(경영이념)를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 공유 또는 공감하려고 합니다.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지시를 받거나 그들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 고유의 설립목적과 존재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들로부터 공감과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조직원이 조직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권한-책임"과 유사하지만, "권리-의무" 개념이 있습니다. 권한과 책임이 인위적으로 주고받는 반면, 권리와 의무는 자연적으로 보유하는 것입니다. 권리와 의무는 박탈할 수 없습니다. 과연 직장인에게 권리와 의무가 유효할까요?


권리와 의무 관점에서 바라볼 때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직장인을 상정할 수 있으며, 회사는 직원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직장인에게 조직원이 되면 자연적으로 권리와 의무가 생긴다는 것이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이해관계자" 개념에는 권리와 의무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자라는 용어는 1963년 Stanford Research Institute에서 "Those groups without whose support the organization would cease to exist."라는 개념으로 처음 사용했습니다. 아마도 누구의 도움으로 회사가 존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이해관계자라는 개념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주주를 대체(확장)하는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해관계자라는 개념 혹은 회사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개념은 지속성장 경영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시대적 요구가 된지도 이미 오래입니다. 그러므로 이해관계자 개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일부 경영자는 돈을 벌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할 존재로 이해관계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으며, 그래서 이해관계자 논의를 불편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조직 경영을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확대하면 이해관계자인 직원과 고객을 믿고 의지할 수 있게 되는데, 권리 주장은 의무 이행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개개인은 누구나 꿈을 갖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게 되는데, 조금씩 나아갈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집니다. 그리하여 혼자서는 꿈과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게 됩니다. 말하자면 믿고 의지하는 관계가 됩니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함께 꿈과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조직의 의미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참고-1) 네이버 검색

- 네이버에서 "이해관계자"를 검색하면, 어학사전에서는 "Interested Parties"라고 하고, 지식백과에서는 "Stake-holders"라고 한다. 당연히 지식백과의 개념이 적확하다.


(참고-2) "Stake-holder"의 어원

-서부개척시대에 미국 정부가 땅을 나눠준 방식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넓은 땅 여러 곳에 깃발을 꽂아두고 이주민들에게 말이나 마차를 타고 달려가서 깃발을 잡도록 했는데, 그때 깃발을 잡아서 땅의 주인이 된 자를 Stake-holder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이해관계자라는 단어에는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주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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