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징검다리 교실의 점심시간
비가 오는 날, 점심시간,
밥을 먹고 운동장에 나갈 수 없는 날이다.
이런 날에 징검다리 교실에는
우리 반 대회가 열린다.
팔씨름, 허벅지 씨름, 림보, 오목, 웃음참기 등 종목을 하나 정하고 그냥 시작하면 된다.
첫 시작은 역시 팔씨름 대회다.
“팔씨름 대회에 참가할 사람?”
참가할 아이들의 이름을 칠판에 나란히 적어 나간다.
참가자 이름을 다 적으면 나란히 적힌 아이들끼리 묶어준다. 이렇게 묶어가면 토너먼트 대진표 완성!
교실 앞에 책상 하나, 의자 두 개를 준비하고 대진표대로 경기를 진행한다. 6학년 남학생들의 지고 싶지 않은 의지가 엄청난 열기를 만들어낸다.
우리 반 대회는
특별한 준비 없이
그저 재미있는 자리와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칭찬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거리를 발견할 수 있고,
한 번 더 손을 잡을 수 있고, 든든한 격려를 할 수도 있다.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하고, 친구를 높여주며, 서로 위로하기도 한다. 질서를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하려는 아이에게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때론 아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아이가 평소 잘하는 것을 봐두었다가 그 일을 대회 종목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오~~~~올!!”
하고 칭찬받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힘 센 아이들이 팔씨름으로 빛이 났다면,
림보로 키 작은 아이들이 빛날 기회를 주기도 하고,
장기나 바둑을 잘 두는 아이들이 있다면 장기판, 바둑판을 준비해 주고,
3.142592- 원주율을 누가 더 많이 외우느냐도 종목이 될 수 있다.
선생님이 할 일은 그저 함께 즐겨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