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 Daehyun Sep 27. 2019

나무와 대화를 나누고 와라!

국어-이모의 꿈꾸는 집 수업

“나무와 대화를 나누고 와라!”


엥? 아이들은 당황스러워 한다.     

지금부터 선생님이 이름 부르는 사람부터 출발하는 거야. 나가서 운동장이나 뒤편 주차장에 있는 나무를 찾아 가. 그리고 손을 대고는 칭찬을 한 마디 해줘.

“이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넌 참 근사하게 자랐구나.”

그리고 나무에게 묻는 거야.

“넌 꿈이 뭐니?”

그럼 나무가 너희들에게 대답을 해줄 거야.

그 대답을 귀담아 듣고 나면, 나무가 이번엔 너희들에게 같은 질문을 할 거야.

“00야, 넌 꿈이 뭐니?”

그럼 너희들도 나무에게 너희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오면 되는 거야.

꼭 지켜야 할 원칙은 침묵, 그리고 혼자 다니기야!

1학기 때 날 닮은 것 찾아 다녔던 거 기억하지? 이번에도 잘 배우려면 두 가지 원칙을 지켜줘야 해.




아이들을 내보내고 나도 따라 나간다.

나가보니 어색해 하면서도 나무를 찾아가 손을 대고 말을 건네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선생님! 나무가 아무 말도 안 해요!”

친구랑 붙어 다니며 이야기 나누고 있던 아이들이 말한다.

“너희들이 너무 붙어 있으니까 나무 목소리를 못 듣는 거야.”

“너는 이쪽~ 너는 저쪽~ 출발~!”

아이들을 혼자 보내고는 나도 나무를 하나 찾아 나선다. 그리고 하나의 나무 앞에 자리를 잡고는 나도 똑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교실에 들어와서는

일기장을 꺼내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고 글을 쓴다.

‘나무와 나눈 이야기 그리고 나란 아이와 꿈’    

이라고 칠판에 쓰고, 자유롭게 쓰라한다.

뭘 써야 할지.... 당황하던 아이들에게    

“나무가 말하는 것 들어본 적 없어?”

“네!”

선생님은 자전거가 하는 말도 들어봤는데, 자전거가 나좀 데리고 나가달라고 졸라대서 내일 학교에 올 때 타고 오려고 .. 사실 이번 주 시작할 때부터 데리고 나가달라 해서 타이어를 다 손 봤거든. 앞 뒷 바퀴 튜브를 새걸로 갈고 바람도 빵빵하게 넣고, 오늘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내일은 꼭 타고 오지 않으면 화를 낼 것 같아.    

여전히 황당한 표정을 짓는 아이도 있지만 공감하는 듯 씨익 웃는 아이도 있다.

그렇게 아이들은 조금씩  글을 써내려가고..

이내 조용히 집중하여 글을 쓴다.




아이들이 쓴 글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글을 읽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불러도 대답 없는 나무 앞에서 아이들은 이런 저런 방식으로 나무와의 교감(?)을 시도했고, 그렇게 하는 가운데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 거다. 엉뚱한 상상으로 이야기를 나눈 아이도 있고, 끝까지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보내고, 클래스팅에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두 가지를 자세히 썼다.




국어시간에 [이모의 꿈꾸는 집]을 읽고, 상수리와 어기를 바라보았지요. 상수리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힘든 것도 꾹꾹 참아가며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아이였지요. 그러다가 이젠 더이상 피아노가 소리를 내지 않아 멈추게 되었지요. 그런 가운데, 피아노 건반을 깨끗이 씻으며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백구'라는 곡, 첫사랑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젓가락 행진곡',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고향의 봄'을 연주하는 피아노 건반의 소리를 듣고는 피아노를 치면서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게 되지요. 꿈을 이루어야만 행복할 줄 알았던 상수리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고 이제는 참고 해야만 하는 힘든 일이 되어버린 피아노 연주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다시 발견하게 되지요. 그리고는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으로 꿈이 바뀌었지요. 어기는 날지 못하는 거위지만, 앙알거리는 초리의 잔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기분 좋게 날기연습을 하지요. 꿈 꾸는 것이 즐겁지 않다면 꿈 꾸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요. 아마도 어기는 꿈을 꾸고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줄 아는 거위였지요. 선생님은 그런 어기가 참 멋져 보였어요. 삶이란 멈추지 않지요. 내가 바라던 '어떤 직업'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삶이 멈추지 않지요. 또 거기서 다시 시작이거든요. 결국 우리가 꿈 꾸어야 하는 것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여야 하겠지요. 오늘 6교시에 교실에 남아 글을 쓰는 여러분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지요. "선생님이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자기 소개서에 꿈을 쓰는데,.. 다른 친구들은 직업을 썼지만, 선생님은 '좋은 아빠'라고 썼었어." 누군가 "그럴 것 같아요."라고 말해 주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 꿈을 이루었을까?"하는 선생님의 말에 "반은 이루었네요."라고 말해 주었지요. 그러고 보니, '좋은 아빠'라는 꿈의 반은 이루었지요. '아빠'가 되었으니까요. ^^ 이젠 '좋은'이란 말이 붙을 수 있도록 살아가는 일만 남았지요. 이것 역시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겠지요. '좋은' 이라는 건 어떤 자격이 아니잖아요. 그저 그렇게 되려고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삶이란 멈추지 않는 것이니까요. ^^ 사랑하는 징검다리 교실 제자 여러분, 오늘 선생님이 국어시간을 통해 여러분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첫 번째는 이거였어요.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될지를 꿈 꾸기 보다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꿈 꾸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두 번째 가르치고 싶었던 것도 알려줄게요.^^ 나무가 정말로 목소리를 내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나무가, 자전거가, 인형이, 책상이 말을 걸어 올 때가 분명히 있지요. 정말요!!^^ 선생님도 경험했지만, 우리 반에도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이 있네요.) 선생님이 오늘 여러분에게 나무를 찾아가서 대화를 하도록 시킨 것은.. 내면의 자신과 만나보게 하려는 의도였답니다. 여러분 안에 있는 여러분과 만나도록 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사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 사실 다른 사람에게 내 속의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잘 들어주는 나무가 내 앞에 있다면, 내 속에 있는 진심이나 고민을 툭 털어놓을 수 있겠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사실은 혼자서지만..)하다보면, 그 대화 가운데 깨닫는 것이 생기고,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작은 답을 얻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오늘 선생님의 엉뚱한 가르침을 어떻게 받았나요?^^ 침묵과 혼자 다녀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으로 들리지도 않는 걸 들으라 하는 선생님의 말을 귀하게 받아, 하라고 하시니 해보자며 갖은 노력을 하던 제자분들이 있었지요. 어떤 제자분들은 말도 안 되는 것을 시키니 해보나 마다 같다 생각되어 어울려 놀았던 제자분들도 있었지요. ^^ 어떻든 모두 귀한 경험이라 생각해요. 선생님 또한 여러분의 글을 통해 많이 배웠답니다. + 좋은 글이 아주 많아, 일기문집에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



수업을 돌아보면, <이모의 꿈꾸는 집>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앞부분에 너무 개입을 많이 한 듯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명화도난사건 추리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