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문화의 핵심
징검다리 교실의 문집, 징검다리.
일기문집은 2009년부터 만들기 시작했지요. 3월 한달이 지나면 아이들이 쓴 일기를 두세편씩 모아 아이들이 그린 그림 등과 같이 제본하여 아이들에게 한권씩 나누어 주지요.
3월호 / 4, 5월호 / 6, 7월호 / 9, 10, 11월호 / 12월, 이별호 - 이렇게 많으면 다섯권, 적으면 네권 정도 만들어서 나누어 주어요.
'우리 반 문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일기문집을 통해 친구들의 생각, 선생님의 생각들을 알 수 있거든요. 또 일기문집을 통해 아이들의 부모님은 아이들 교실을 들여다 볼 수 있지요. 대화의 거리가 생기는 것이지요. 또 평소에 일기에 달아주는 답글보다 더 성의껏 응원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기도 하지요.
물론 만들 땐 며칠 잠을 반납해야하긴 하지만, 참 보람있는 일이지요. 아이들 일기를 컴퓨터에 치려고 다시 하나씩 찬찬히 읽다보면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지지요. 혼자서 야심한 밤에 컴퓨터에 앉아 큭큭거리며 웃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지요. 일기문집을 만들지 않는다면 경험하기 어려운 지점이겠지요.
처음 두 해는 아이들이 쓴 일기 중에서 마음을 사로잡았던 말이 문집의 제목이 되었어요.
교실에 있는데 세환이가 올라와 자전거를 고쳐달라고 했지요. 나가보니 자전거 체인이 빠져있었고 맨손으로 척척 고치고는 세환이 자전거를 같이 타고 학교 운동장을 한바퀴 돌았지요. 그날 일기 마지막 문장이었던 '꽃처럼 활짝 피어있을게요!'
3월 새로운 남자 선생님을 만나 세화 나름대로 부족한 선생님의 말에서 배울 점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씨앗으로 삼아 마음밭에 심고는 예쁘게 키워나가겠다던 '또 새싹이 커간다.'
그 다음 해부터는 '징검다리'가 되었지요.
이원수 선생님의 시에 곡을 붙인 백창우 선생님 노래 '징검다리'처럼 아이들이 자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3월이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함께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지요. 우리 반 반가처럼요. 노래가 아름다워 아이들도 참 좋아하지요.
'비는 개었건만 물이 불어서
건너가는 사람마다 옷적시는 시냇물
영차영차 돌을 모아서
팔짝팔짝 딛고가게 다리를 놓자
일학년 동생들도 울지 않고 건너고
꼬부랑 할머니도 발안빠지게 건너고
밤에는 깡충깡충 산토끼도 건너게
돌다리 놓자놓자 꼬마 돌다리'
노래를 함께 불러보고는,
투박하고 빛나는 겉모습은 아니지만
차가운 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다른 사람들에게 머리를 밟히면서도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노래 가사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다른 생명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요.
이 노래를 매년 함께 부르다 보니, 제가 맡은 학급도 '징검다리 교실'이 되었지요.
징검다리 교실의 징검다리 일기문집,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에게 더욱 가치있는 물건이 되겠지요.
그 시간이 저에게도 똑같이 흐를텐데, 언제 읽어도 문집 속에 아이들은 그 모습 그대로 살아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