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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Aug 30. 2024

이곳의 녀석들 - 4

“와! 아침인데 저녁같다.”

“진짜. 뭔가 으스스하다.”

하나 둘 교실을 가득 채운  진희네 반 아이들은 여느때와 다른 어두운 하늘을 창밖으로 내다보며 한마디씩 한다.

“우르릉…”

멀리 떨어진 동네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날 밤에 들리는 것 같은 천둥소리가 간간히 이어지는 아침 독서 시간.

“모두 1교시 국어 수업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실 앞 책상에서 독서를 하던 금요일 반장 주연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각자 읽던 책을 정리하며 국어 교과서와 공책을 서랍 속에서 꺼내는 아이들.

“차렷, 공수, 선생님께 인사.“

“안녕하세요!“

“안녕! 아침에 비가 많이 와서 학교 오는 게 힘들었지? 그래도 오늘 금요일이니까 힘내보자. 오늘 1교시는 국어…“

“선생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진희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치고 들어오는 인서.

“무서운 이야기? 국어 수업 해야 하는데..“

진희가 약간의 여지를 주며 대답한다.

”불 끄고 들으면 진짜 무섭겠다.“

“선생님,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주시면 안될까요?”

“무서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아이들은 진희 선생님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면서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시위를 하듯 입을 맞춰 외치기도 하며 자기들끼리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들이 귀여운 진희다.

“선생님이 무서운 이야기 해주면, 너희들 진짜 무서워서 울지도 모르는데…“

“아닙니다. 우리는 용감해서 그런 일은 없어요.”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진희 선생님을 쳐다본다.

“좋아. 하나 듣고 공부하자.”

“와!!”

진희의 말에 아이들은 즐겁다.

“현우야, 교실 불 꺼.”

주영이의 말에 출입문 앞에 앉은 현우는 진희 선생님을 바라보고, 진희는 현우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준다. 현우는 신이 나서  후다닥 달려나가 교실 불을 끄고 들어온다. 갑자기 어두컴컴해진 교실.

“와! 갑자기 껌껌해졌다.”

“오….! 벌써 무섭다.”

”조용!“

아이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다가 서로 조용하라며 분위기를 잡고는 진희 선생님의 눈을 바라본다. 진희는 얼굴의 웃음기를 지우고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이 기억은 선생님 개인적으로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오늘 너희들에게 해줄게.“

갑자기 달라진 진희 선생님의 분위기.

“선생님이 직접 겪은 일이에요?”

예담이가 묻는다.

“맞아. 선생님이 처음 선생님이 된 해에 직접 겪었던 일이야. 선생님도 그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아이들의 눈이 진희 선생님의 입술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날 아침에 선생님이 일어났는데, 왜인지 이상하게 학교에 출근하기가 싫은거야. 기분이 뭔가 이상했어. 근데 선생님이 학교 가기 싫다고 안가면 안 되잖아. 그래서 꾸역꾸역 준비를 해서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출근을 했어. 가다 보면 좀 나아지겠지 하면서 나왔는데, 학교에 다 와 갈수록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진짜 불쾌한 느낌이 드는거야.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어. 오늘은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막 하고 있었지. 근데 그날 체육이 3교시에 있었는데, 아이들이 1교시에 체육을 하자고 떼를 쓰기 시작하는 거야. 그때 선생님이 그냥 아이들 잘 타이르고 원래대로 3교시에 했어야 했는데, 선생님도 선생님이 처음이다 보니까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서 1교시로 체육 수업을 하기로 했어. 운동장에 나가려고 애들하고 줄을 서는데 뭔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처럼 뭔가 진짜 나가기가 싫은거야.“

“도살장이 뭐에요?”

고개를 진희 선생님 쪽으로 쭈욱 내밀고 이야기를 듣던 재훈이가 묻는다.

“가축을 죽이는 곳이야. 가축들도 도살장 앞에서는 뭔가 그런 기분을 느낀다고 하잖아. 선생님도 뭔가 운동장에 나가면 엄청 불쾌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진희 선생님의 말에 재훈이는 침을 꼴딱 삼킨다.

“그래도 체육수업을 해야하니까 나갈 수 밖에 없었어. 아이들이 피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피구를 하려고 하는데, 피구공이 없어서 체육교구실에 갔더니 문이 잠겨 있고, 열쇠를 체육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데 마침 그날 학교에 못 오신다는 거야. 어쩔 수 없이 교실에 있던 배구공을 하나 챙겨서 아이들 데리고 나갔지. 아이들이 준비운동을 하는 동안, 선생님은 라인기로 피구 경기장을 그리고 있었어. 그날따라 신기하게도 라인기에서 석회가루가 얼마나 잘 나오는지 선이 엄청 진하고 반듯하게 그려지는 거야. 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을 두 편으로 나누고는 경기가 시작됐어.“

아이들은 한 마디라도 놓칠새라 입을 반쯤 벌리고 진희 선생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애들이 공을 막 주고 받더니, 그때 선생님 반에서 제일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아이가 있었거든, 그 아이가 공을 잡았어. 근데 마침 그 아이 앞에 우리 반에서 당시에 제일 키가 작고 연약한 여학생이 미처 멀리 도망을 못가고 있었던 거야. 그 덩치 큰 애가 있는 힘껏 공을 던지는 거야. 그 장면이 선생님한테는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이기 시작했어. 아! 던지면 안 되는데! 막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근데 그 공이 여학생 배에 그대로 맞은 거야. 여학생이 공을 맞는 순간, 억!!!! 하면서 비명을 지르면서 허리를 숙였어.“

“우르르릉!! 꽝!!!!”

“꺅!!”

“으악!!”

“아이! 깜짝이야!”

“우와! 놀래라.“

번쩍 하며 폭탄이 떨어지는 듯한 천둥소리에 아이들은의자에서 튕겨오르듯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고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깜짝 놀랐던 진희도 이야기를 이어간다.

“선생님이 가운데서 심판을 보다가 그 여학생을 봤는데…. 여학생이… 죽었어.“

“네? 진짜..요?”

“에이, 설마!”

아이들이 당황한다.

“선생님도 믿기지가 않았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다른 애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아이들도 그 여학생을 보더니, 죽었다는 거야. 아! 이런 일이 일어나려고 그날 아침부터 선생님에게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선생님은 너무 슬픈 마음이 들었어. 근데 진짜 무서운 일이 그다음부터 벌어졌어.”

진희는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아이들의 눈은 더욱 커진다.

“죽은 그 여학생이 맞았던 공을 그 여학생 옆에 있던 남학생이 줍더니 야!! 하면서 아까 공 던졌던 덩치 제일 큰 남학생 있지? 그 애한테 있는 힘껏 던지는거야. 선생님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고 정신이 없었어. 근데 그 덩치 큰 남학생이 몸을 이렇게 돌려서 등에 공을 맞았는데, 악!!!! 하면서 그 남학생도 죽은 거야. 선생님은 꿈을 꾸는 것 같았어. 아니,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눈 앞에서 제자들이 순식간에 두 명이 죽으니까, 너무 슬프고 괴로운 마음이 들었어. 그런데 그 옆에 서 있던 여학생이 선을 밟고 죽었어.“

진희는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으로 이마와 눈을 감쌌다. 아이들의 눈이 급격히 흔들린다. 진희 선생님의 슬픈 경험담에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 이게 진짜야 거짓말이야 하며 고개를 돌려 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는 아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면을 떠올리던 아이들은 이상한 전개에 당황스럽다.

“아! 피구할 때 공 맞으면 죽잖아.”

“맞네! 아이! 진짜!”

“진짜 죽은 거 아니야?”

“피구할 때 공 맞으면 죽는다고 하잖아, 또 선 밟아도 죽고, 아니, 아웃되는 거!”

“아! 아! 선생님!!!!”

“이게 무슨 무서운 이야기에요!!”

뜨거운 김이 가득 찬 압력솥의 증기를 삐이이익 빼버리듯 김이 새어버린 아이들의 원망이 교실을 가득 채운다.

“이게 안 무섭나? 친구들끼리 서로 막 죽이는데, 순식간에 세 명이나 죽었잖아. 선생님은 너무 무섭던데…?”

만면에 웃음기를 띈 진희 선생님. 왠지 속아버린 듯한 기분이지만, 오히려 다행스런 결말에 마음이 놓이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오늘 국어 시간에는 자신이 겪은 일을 실감나게 이야기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해 보자.”

“싫어요!!!!!“

돌아서 웃으며 칠판에 이번 시간의 학습문제를 쓰는 진희.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공책에 학습문제를 함께 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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