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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Sep 13. 2024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 1

수인에게.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But the very next day you gave it away

This year, to save me from tears

I'll give it to someone special~

이 노래 알지? 지난 주에 영어 시간에 배웠던 노래야.

“빰 빰빰빰 빰빰 빰빰빰빰…”하면서 전주가 나오면 괜히 설레는 노래인 것 같아. 우리가 사는 부산엔 눈도 잘 안 오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눈이 막 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 요즘엔 이어폰으로 늘 이 노래를 들으면서 따라 부르곤 해. 수인이 넌 요즘 자주 듣거나 부르는 노래가 뭐야?

지난 크리스마스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하고는 다음날 바로 차이다니… 이 노래의 주인공도 참.. 안타깝다. 큭큭! 올해엔 더 이상 눈물 흘리기 싫다며 특별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겠다는데… 왠지 작년의 그 사람을 못 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좀 못난 것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너무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괜히 설레고 기분 좋아지는 날이야!

수인아, 너는 이번 크리스마스엔 뭘하고 보낼거야? 난 크리스마스 이브엔 교회에서 올나이트를 할 것 같아. 선물교환도 하고 게임도 하고 보낼 것 같아.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예배 드리고 교회에서 주는 떡국 먹고 집에 오면 1시 조금 안 되겠다.

수인아, 혹시 크리스마스 날 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음… 나랑 재미있는 약속 하나 해 볼래?

편지는 많이 주고받았지만, 우린 아직 서로의 얼굴도 모르고, 연락처도 모르니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옷차림을 하고 어떤 장소에서 만나보면 어때? 만나는 게 부담스러우면 멀리서 서로를 보다가 헤어지는 거야. 각자 상대방에게 옷차림 미션 같은 걸 주는거야.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 날 오후 5시, 검정색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하고, 오른 손엔 신문을 말아서 쥔 채, 광안리 바닷가를 걷기. 재밌겠지?

이번 크리스마스엔 서로에게 someone special한 존재가 되어 보면 어떨까? 나의 제안을 받아준다면, 답장에 너의 미션을 보내주면 좋겠어.

추신 : 나의 제안을 꼭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아. 부담은 가지지 말기!

- 12월 1일 너의 펜벗. 정재가. -


To. 정재.

편지와 함께 보낸 빨간 목도리를 하고

청바지를 입고

왼손엔 책 한 권을 든 채

(손 시려울 수도 있으니까 장갑을 껴!)

크리스마스 날 오후 5시, 광안리 바닷가를 걸으시오.

히힛!

ps : 이승환 - ‘크리스마스에는’

언제 다시 그곳에서 우리들 노래하며 웃을 수 있나

그때처럼 그 거리를 우리들 얘기하며 걸을 수 있나

크리스마스에는 그 거리에 작은 소망들이 피어나

그 친구들 환한 웃음 다시 볼 수 있겠지.

12. 10. from. 수인.


정재의 책상 위

수인이의 편지, 뜯어진 포장지

거울 앞

청바지에 빨간 목도리를 두른

행복한 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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