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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Mar 31. 2016

행복한 들림

짐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

반장과 부반장의 안내가 때론 아이들에게 과한 지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들도 다 안다. 학급의 임원이 열심히 하는지, 책임을 다하는지. 그래도 과한 지적을 당한다고 느끼면 기분이 좋지 않다.

반장, 부반장은 권력이 아니다.


학급회의 기타토의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열심히 한다고 한 임원들은 속상하고, 과한 지적이라 느낀 아이들 몇은 임원들이 하는 말이 맞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임원들이 애쓰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말투나 어감이 불편했을 거다. 그리고 지적당하는 느낌이 좋지 않은 거다.


여기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는 종이 쳐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 내내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가르칠까...?

말로만 하는 것보다 체험하고 느끼게 하고 싶은데...


점심시간이 끝나고 도덕수업이 시작되었다. 도덕시간이지만 교과서는 보지 않는다.


입고 온 두꺼운 잠바를 입고는

선생님 업을 수 있겠냐고 묻는다.

아이들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흥미를 느낀다.

반장을 불러낸다. 작고 여린 여학생이다.

힘을 쓴다. 난 힘을 뺀다. 겨우 발만 땅에서 떨어지게 든다. 박수로 격려한다.

누가 들 수 있겠나? 묻는다.

키도 크고 덩치도 있는 아이들이 손을 든다. 불러낸다. 업어보라고 들쑤신다. 아이는 힘을 쓰고 난 힘을 뺀다. 아이들 얼굴이 벌겋게 돼도 들 수가 없다. 나는 아이의 등에서 굴러 떨어져 아픈 시늉을 한다. 아이들은 그게 웃기다.


"같이 들어도 돼요?"


오케이! 바라던 바다. 난 좋다며 기준을 높인다.

"선생님을 누운 자세로 이만큼 들어봐."

그리고는 바닥에 눕는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아이들은 와 몰려나와 함께 날 든다. 난 더 힘을 뺀다. 쉽지 않다. 함을 쓰다가 무너지기도 하는데, 선생님이 다칠까봐 내 밑에 깔리는 아이가 있다. 감동이다. 고맙다.

하지만 이래 들고 저래 들어도 잘 안 된다.

들면서 바지를 잡기도 해서 바지가 벗겨진다며 엄살을 피우기도 한다. 아이들 웃음이 터진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슬리퍼를 벗기고 숨기기도 한다. 어리숙하게 신발을 찾는 선생님 모습에 아이들은 즐겁다. 결국 실패다.

"못하겠제?"

"한 번만 더 해볼게요!"

"좋아. 그럼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게 있다. 뭐겠노?"

"전략?"

"그렇지! 지금부터 3분의 회의 시간을 준다. 3분 뒤에 들어와서 바로 마지막 도전을 하는 거야. 선생님은 여기 있을까?"

"나가 계세요~!"

복도에 나간 사이 제법 진지한 토의가 이루어진다. 반장이 앞에 나가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 같고 아이들은 의견을 낸다. 잘 들으려고 애쓴다. 난 창문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문에 기대기도 하며 방해공작을 펼친다. 아이들은 짧은 회의 시간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애쓴다. 한 명이 전담마크를 한다.

시간이 되었다. 난 들어갔다.

"선생님 사물함 앞에 있는 책상 위에 누우세요."

난 그냥 사물함 앞 바닥에 눕는다.

아이들은 나에게 달라붙어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추어 힘을 쓴다.

사물함 앞 책상 위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마지막 관문.

사물함 위에 올리면 선생님이 말한 그 높이가 된다.

"하나 둘 셋!"

구령이 몇 번 이어지고 난 사물함 위에 누웠다. 아주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아주 감동적이기도 하다.

혹시나 내가 뒷 게시판에 꽂혀 있던 장구핀에 찔리기라도 할까봐 그걸 막아주기도 하고, 한참 힘 쓰고 있는 아이들 틈으로 내게 귓속말로

"선생님 재밌으려고 이거 하는거죠?"

하고 묻기도 한다.

어쨌든 아이들의 반응을 온전히 누워서 직접 경험하였던 나는 진정으로 행복했다.

아이들은 정말로 내가 원하던 바를 이루어 냈다.


일기장을 꺼내 방금 배운 것을 써보게 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썼다.


아이들은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협동의 가치를 알았다고 했다.

힘을 합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반장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친구들의 배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바닥에 몇번이나 떨어진 선생님이 아팠을 거라고 걱정해 주기도 했다.

우리 반을 대단하다고 했다.

감동했다고 했다.

사랑의 우리반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엄청나게 무겁다고 했다.


아이들을 칭찬하고 감동했다고, 참 행복했다고 이야기했다.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잘했다했다.

그리고 짐을 나누어 들자고 했다.

그럼 다 가벼울 거라 했다.

그럼 우리 반은 더 행복해질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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