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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Apr 07. 2016

국어-마음을표현하는글

따뜻한 공감을 받다.

- 선생님이 노래를 한 곡 들려줄게. 이 노래는.. 선생님이 아주 좋아하는 노래고.. 선생님이 부르거나 들을 때마다 선생님을 위로해주는 노래야. 선생님이 노래를 잘하나 못하나 듣지말고 어떤 가사인지 잘 들어봐.

- 이원수 선생님의 시에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붙인 '아버지'를 기타반주에 맞춰 부른다.


아버지 (이원수 시, 백창우 곡)


어릴때 내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너머로

환히 들여다 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주셨으니까

밝고넓은 길에선 항상앞장세우고 어둡고험한데선 뒤따르게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때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 품속에 넣고계셨지

이제나도 자라서 기운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풀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양 웃는 눈인양 너 왔구나 하시는듯


아 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

음 산에만 산에만 계시네


: 노래에 조용히 집중하는 아이들, 노래를 부르는 내 목소리가 떨린다. 눈물이 날까봐 좀 겁이 났다.

- 어떤 내용인 것 같아?

: 아버지가 무덤에 있는 거..  

- 맞아. 어릴 때 무서운 것이 있으면 날 품에 꼭 안아주셨던 아버지가, 지금은 내가 이만큼이나 자라서 아버지 앞에도 뒤에도 서서 아버지를 지켜줄 수 있는데, 아버지는 산에만.. 무덤에만 계신다는 노래지. 선생님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선생님 이야기 같아서 그래.


- 우리 아버지 이야기

: 2009년 여름...의 이야기를 솔직히.. 담담히 이야기해주었다.

: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썼던 시와 일기를 읽어주었다. (2009년 낙동초 6학년 6반의 9월호 일기문집 '꽃처럼 활짝 피어있을게요.' 를 미리 찾아두었다.)


2009년 9월 24일.

<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으며 >

아버지의 그림자는 길어졌다 짧아졌다 아버지의 발끝에서 맴돌고

녹색의 푸르름을 놓아버린 의젓한 단풍은 아래로 내려앉았다.


하늘은 참 높고 맑은데...

햇살도 참 좋은데...


그래!

나무처럼 해마다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

정말 그러면 좋겠다.


2009년 10월 3일. 멋진 가을 날씨, 밤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

< 병실에서 >

추석날.

밤이 되었다.

아버지와 나는 침대와 보조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구름 하나 없이 푸르고 따뜻했던 낮의 하늘은 젖은 달과 함께 궂은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번쩍거리는 번개와 퉁탕거리는 천둥소리는

한바탕 쏟아질 비를 예고하고 있다


불 꺼진 병실의 어둠 속에서

아버지의 힘겨운 잠의 소리를 들으며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떠올려본다.

마치 소설책의 끝을 남겨둔 채 앞에 읽었던 내용을 더듬어 보는 것처럼.

그동안 고생시켰던 주인공의 삶에 작가가 선물하는 행복한 반전을 기다리는 독자의 심정이 이와 같을까?


부디 책장을 넘기기 주저하는 지금 모습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도록

작가의 드라마에 감탄하며 씩씩하게 다음 장을 읽어갈 수 있도록

쏟아지는 내 마음도 땅을 적시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엄마와 대화를 하고 썼던 글도 읽어준다.


< 해마다 벚꽃이 필때면 >

벚꽃이 한창이다.


"요새 나무들 꽃 피는 거 보면.. 죽은 것 같은 나무가.."

"맞제.. 나무보면 아버지 생각 나제.."

"1년마다 한 번씩만 오면..."

"그래.. 1년에 한 번만 오면 참 좋을건데.."


엄마 눈에 벚꽃물이 든다.


: 선생님의 노래를, 선생님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시와 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함께 슬퍼해 주었다. 그게 참 고마웠다. 내 마음을 다 털어놓는 것이 후회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선생님 마음에 공감해 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 선생님이 수업의 시작을 이렇게 한 것은 이번 단원에서 우리가 공부할 내용 때문이야.

- 단원에서 공부할 것을 안내한다.


- 이번 시간에 마음을 표현하는 글의 종류와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렇게 글을 쓰면 좋은 점을 살펴보자.

: 단원 안내 판서에 학습문제를 안내하는 빨간자석을 붙이는 것으로 학습문제를 확인했다.


- 선생님이  선생님의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했지?

: 시, 일기, 노래(노랫말로 바꾸어 판서)

- 어떤 마음이 들어있노?

: 슬픈 마음. 그래. 슬픈 마음.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야..

: 소설, 이야기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어서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이야기를 쓰고 전할 수 있겠지? 그러면 소설, 이야기도 여기에 해당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마음을 전할 때 많이 사용되는 글은 아니니까 여기서는 일단 이것만..

: 문자메시지도 있겠네..


- '편지'의 예로 항상 가지고 다니는 편지통을 소개하며 그 중에 작년 제자의 편지를 잠깐 읽어준다.

: 이 편지엔 어떤 마음이 들어있노?

: 고마운 마음!

- 마음을 표현하여야 할 상황.. 어떤 마음들이 있을까?

: 기쁜 마음, 슬픈 마음, 고마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속상한 마음, 행복한 마음, 축하하는 마음, ...

-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쓰면 뭐가 좋을까?

: "마음을 더 잘 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 맞아. 때론 말보다 글이 더 좋을 때가 있지.

- 선생님이 오늘 여러분에게 선생님의 마음을 다 드러내었는데, 선생님이 이런 시나 일기를 왜 썼을까? 사실은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 마음이 너무 슬프고 무겁고 어지럽고... 그래서 쓰지 않을 수 없었어. 쓰고 나면 마음이 왠지 편안해 지고, 정리가 되고,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

: 위로, 정리, 치료라고 일단 판서해 둔다.

# 오늘 수업은 내게 조금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나의 마음을 아이들 앞에서 온전히 드러냈고, 아이들은 그것을 따뜻하게 공감해 주었다. 아버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눈물을 닦아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를 가르친다.'는 것.

아이들 앞에 나를 솔직히 드러내고 그것으로 아이들이 배우길 바라는 것.

그래서 더 제대로 내 삶을 가꾸어야 하는 것.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은 시간을 만들어준 아이들의 공감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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