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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May 15. 2017

심리학에서 몸을 다루다

접촉의 심리치료 46_신체심리학의 역사


동양의학에서의 치료적 관점은 몸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은 것이었지만 서양의학에서도, 페르시아의 의사 아비켄나(Avicenna, 980-1037 CE)와 같이 환자가 호소하는 고통을 듣고 환자의 맥박의 움직임만을 관찰함으로써 심리치료를 해냈던 초기의 치료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학문적 관점에서 몸에 관련된 폭넓은 연구와 저술활동을 한 첫 번째 신체심리학자는, 프랑스의 심리학자, 철학자, 심리치료사였던 피에르 자넷(Pierre Marie Félix Janet, 1859–1947)이라고 할 수 있다. 자넷은 한 사람 안에 둘 이상의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존재하여 행동을 지배하는 상황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사람이 의식 위로 올라와 말과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와 다중 성격 연구를 했다. 피에르 자넷은 윌리암 제임스(william James)와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와 함께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신분석학에 신체적 자각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몸을 다루기 위해 신체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의 정신분석가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 1897–1957)이다.


정신분석 창시자인 프로이트(Freud)의 제자였던 빌헬름 라이히의 초기 작업을 ‘성격분석(Character Analysis)’과 ‘성격 분석적 표현 치료(Vegetotherapy)’라고 한다. 라이히는 프로이트와 함께 작업하면서 정신분석이 언어중심의 자유 연상을 치료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신분석이 변화를 초래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과 신체언어를 무시하고 접촉을 금지한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이와 같은 주장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그의 이론은 신경증을 심리적 기반에 연결시키는 선구적인 작업이 되었다. 라이히는 1939년 미국에 정착하면서부터 ‘오르곤 에너지(orgon energy)’ 이론을 주창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시작하였다. 오르곤은 프라나(prana), 기(氣), 혹은 생명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라이히는 오르곤에 대해 말하기를, 보고 측정할 수 있으며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에 존재하는 우주적 에너지라고 하였다.

 

주로 언어적이고 통찰에 집중되어 있는 정신분석과 달리 라이히는 광범위한 기술을 사용하여 직접 몸을 다루면서 억눌린 성적 정서 에너지를 풀어주는 치료체계를 개발하였다. 그는 몸을 기반으로 인간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오르곤(Orgon)' 에너지의 개념을 내세우면서 몸과 마음과 영성의 통합적인 존재로서 인간을 바라보았다.


라이히에 의하면, 인간의 성적인 욕망과 오르가슴과 같은 성적 황홀 상태는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리비도와 같은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오르곤 에너지라는 생명에너지가 관련된 생명 물리학적인 현상에 오히려 가까운 것이다. 라이히는 이러한 오르곤 에너지가 인간과 같은 생명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주공간에 이미 편재해있는 근원적인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한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공간 상의 오르곤 에너지를 강하게 응집시킬 수 있는 오르곤 에너지 집적 장치를 개발한다. 이러한 발견 등을 통하여 라이히는 정신분석학이라는 심리학 분야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생물학, 의학, 물리학, 기상학 등의 전체 자연과학을 포괄하는 오르고노미(Orgonomy)라는 새로운 학문을 정립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처럼 학제 간 연구로서의 신체심리치료의 기반을 닦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빌헬름 라이히다. 따라서 현재까지 발전해온 여러 가지 유형의 신체 중심 심리치료법들은 그 이론적 근거의 뿌리를 라이히에 두고 있다.

빌헬름 라이히, 페르시아 의사 아비켄나, 피에르 자넷


최근의 에너지 치료법들은 동양의학에서 경락 상의 에너지 흐름을 다루고 있다. 이제 신체심리학은 하나의 존재로서의 인간은 몸과 마음, 그리고 영성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된 존재라는 관점에서 뇌와 신경과학, 체화된 의식, 그리고 신체 언어를 통해 말하고 있는 무의식적인 마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신체심리치료는 정신적 외상, 특히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그리고 복합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C-PTSD; Complex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치유에 다중 방식 접근에 활용된다.

몸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신체심리치료의 방법들은 특정 전문영역의 창시자들의 작업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Lowen과 Pierrakos의 ‘생체에너지 분석(Bioenergetic Analysis)’, Chuck Kelly의 ‘Radix’, David Boadella의 ‘생체통합(Biosynthesis)’, Gerda Boyesen의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심리치료’ Ilana Rubenfeld의 ‘Rubenfeld Synergy’, Bonnie Bainbridge Cohen의 ‘심신(Body-mind) 심리치료’, Susan Aposhyan의 ‘Body-mind Centering’ 등이 있다. 최근 표현예술치료중에서 춤 동작 치료 또한 이러한 접근을 반영하고 있고, 신체심리학의 영역 안에서 연구되고 활용되고 있다. 최근의 PTSD의 치료를 위해 눈의 움직임을 통한 치료법인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과 스트레스 이완을 위한 마음 챙김 훈련법(MBSR)과 같은 신체 중심적 치료법들의 활용은 늘고 있다. 그리고 정신분석은 오랜 세월 동안 신체적인 연결이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신체적 동조(somatic resonance), 몸에 깃든-체화된-정신적 외상(trauma) 등과 유사한 개념들의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

Rubenfeld Synergy Method

우리나라에선 최근 요가, 춤과 동작 표현예술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신체심리치료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체적인 접촉을 기반으로 하는 신체심리치료는 심리학과 몸에 대한 치료적 접촉이라는 두 가지 중심축을 균형 잡힌 체계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 대한 해석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적 법적 제약을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Body-mind Centering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살핌의 손길로 안전함과 신뢰를 느끼게 만들어주는 약손명상테라피(이동현 선생이 창시한 '약손요법'에서 명상의 요소를 강조하고 있는)를 기반으로 하는 신체심리치료가 우리나라에선 신체적인 접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 과정은,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마음 챙김 명상의 차원에서 이완과 알아차림의 체험을 이끌어 몸에 깃들어 있는 마음의 미해결 과제들이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을 통해 떠오르게 해준다. 몸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직면과 통찰이 언어적인 심리상담으로 마음의 치유와 성장의 작업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한국형 신체심리치료는 필자인 이달희 신체심리치료센터장이 독자적으로 체계화해서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신체심리치료에 대한 이해 Series]

1. 신체심리치료에 대하여

2. 심리학에서 몸을 다루다
3. 심리치료의 하이브리드, 신체심리치료



https://somaticpsychotherapy.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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