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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06. 2016

터치는 바로 사랑이야

접촉의 심리치료 03_비틀즈 존 레논 36주기를 맞으며


사랑은 진실한 것, 진실은 사랑

사랑은 느끼는 것, 느끼는 사랑

사랑은 사랑 받기를 원하는 것

사랑은 터치, 터치는 사랑

―존 레논(John Lennon)의 <Love> 중에서          

음악이 죽은 날

비틀즈의 창립 멤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영국의 가수, 작곡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존 레논(John Winston Ono Lennon)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76년,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다. ‘아들의 육아’를 위해 스스로 전업 주부(主夫), 아버지 노릇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하지만 1980년 12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정신에 문제가 있는 한 과격 팬 마크 채프먼의 총에 암살당해 40세의 나이로 짧은 일생을 마감했으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또 한편의 신화 탄생이기도 한다. 그의 36주기를 맞으며 ‘사랑은 터치다(Love is Touch)’라고 노래했던 그의 삶을 돌아본다.


오노 요코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션 레논을 돌보기 위해 전업 주부가 되겠다던 그 존 레논이 부른 노래 <Love>는 그래서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있는 듯 느껴진다. 이 노래 <Love>에서 그는 ‘Love is Touch,Touch is Love’라고, 반복해서 느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리 가슴을 어루만져주듯 읊조리고 있다. 

‘터치(touch)’, 만져주는 것, 만지는 것, 그러한 접촉은 사랑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행위이다. 우리 인간은 그러한 사랑의 접촉을 통해서 생명의 에너지를 주고받고,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 나눔의 순간, 그 느낌, 그 행위는 진실이다. 사랑은 접촉으로 그 진실을 확인할 수 있고, 접촉으로 다시 더욱 굳건해 질 수 있다.     


그에게 필요했던 모든 것은바로 사랑

존 레논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사랑이었다(All John Lennon needed was LOVE). 이 말은 존 레논의 어린 시절 성장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 <Nowhere Boy>의 부제다. 존 레논 사망 30주기를 맞아 2009년에 나온 영화였다. 


영국의 항구도시 리버플에서 태어난 존 레논은 다섯 살 때 부모가 헤어지면서 자식이 없던 이모 밑에서 자라났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과 정을 갈구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존 레논은 겉으로는 짐짓 강한 척했지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늘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었다. 


미미 이모와 조지 이모부가 존을 친자식처럼 대하며 남다른 사랑을 쏟기는 했지만 다섯 살, 엄마의 품이 가장 절실한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유년기와 소년기 시절의 기억은 존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키운 정에 감사는 하지만 낳은 정이 그리워 가까운 거리에 살던 어머니 줄리아와 다시 만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존이 16세 되던 해에 엄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가 살던 이모 집 앞에서, 그것도 비번이던 경찰이 몰던 차에 말이다.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던 시기에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은 존 레논을 더욱 분노와 혼란으로 내몰아갔다.      


“어머니. 이제야 어머니와 재회하고, 음악을 배우고, 밴드를 시작했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이처럼 존 레논은 가슴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모정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으로 늘 공허함과 불완전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첫 아들의 이름도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줄리안으로 했다.      


상실의 아픔애도의 접촉

충족되지 않았던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갈증은, 예술가로서 자신을 공감해주고 지지해준 예술적 동지이자 ‘영혼의 어머니’였던 여섯 살 연상의 일본계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채워지게  된다. 존 레논은 오노 요코에게서 불안정하고 지쳐있는 자신의 영혼을 맡길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비난의 소리들을 뒤로 하면서 존 레논은 첫 아들 줄리안 레논의 엄마인 신시아 파웰과 이혼하고 오노 요코와 재혼한다. 그 후 한동안, 존 레논은 ‘프라이멀 스크림 테라피(Primal Scream therapy, 원초 요법―억압된 유년기의 근원적인 감정을 해방·상기시켜서 욕구 불만이나 분노를 비명이나 히스테리로 발산하게 하는 정신 요법)’를 받으면서 마음의 정화작업을 한다.      

John Lennon, Cynthia, & Julian. 사진들 출처 : fanpop.com
존 레논과 오노 요코, 그리고 두 아이들

비틀즈 해산 이후 처음 낸 그의 솔로 앨범 ‘Plastic Ono Band’(1970)에는 그의 어머니와 관련된 두 곡과 ‘Love’가 수록된다. 앨범의 첫 트랙이었던 ‘Mother’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억압된 상태로 잠재되어왔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픔과 분노’를 직선적이고 절규하는 방식으로 터뜨리고 있다. 마지막 트랙인 ‘My mummy's dead’에서는 자신을 버린 증오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을 통해 느꼈던 고통과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Mother, you had me but I never had you, 

I wanted you but you didn't want me, 

So I got to tell you,

Goodbye, goodbye.

어머니, 당신은 날 가졌지만 난 당신을 가지지 못했어요. 

난 당신을 원했지만, 당신은 날 원하지 않았죠. 

그래서 난, 난 이 말을 해야만 해요. 안녕, 안녕     


Mama don't go, 

Daddy come home.

엄마, 가지 말아요.

아빠가 집에 오고 있어요.     


교회의 종소리로 시작한 노래는 엄마를 부르는 간절한 절규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의 마음을 풀고자 하는 해원(解寃)의 소망이 그대로 그의 목소리에 담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틀즈’ 밴드 멤버, 아티스트로서 빛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 열정과 탄식의 그림자는 좋은 시절 다시 만남을 그렇게 그리워했던, 뜻밖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어머니에 대한 비통함과 안타까움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리운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 뭉클해진다. 이렇게 어머니를 외치면서 ‘엄마, 가지 말아요’라고 외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리운 어머니를 진정으로 편안하게 보내드리는 애도작업이 되었을 것이다.       

존 레논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HybcK892uBY

존 레논-Mother

https://www.youtube.com/watch?v=CEnc3RQE2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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