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의 심리치료 58 | 암성 피로
"화가 쑤욱 내려갔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환우는 그렇게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있다.
암환우들의 마음에 가득 자리잡고 있는 감정이 바로 이 화, 분노, 원망이다.
"왜 나야?"
"누구 때문이야."
화는 생명력을 키우기 위해 내 안으로 집중되어야 할 몸과 마음의 힘을 분산시켜 에너지의 누수현상이 나타나게 한다. 그래서 암환우들은 보편적으로 피로감을 느낀다. '암성 피로'다.
화로 타오르는 마음을 부드럽게 조율해주고, 그들에게 버틸 수 있도록 해줄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 고통의 바다에 혼자가 아님을, 지지해주고 연결되어있는 존재임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바로 사랑의 마음이 깃든 따뜻한 보살핌의 손길이다.
분노와 화는 비오는 날의 곰팡이와 같아서, 이것이 마음을 지배하면 온몸에 나쁜 균이 번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