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의 심리치료 59_모성의 터치
그때가 제 인생에 있어서 초등학교 3, 4학년 때 뛰놀았던 게 굉장히 소중한 기억들이거든요.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들이었어요. 그때 햇빛을 생각하면 굉장히 투명하면서 찬란했던 기억이 있어요. 가끔 향기가 날 때가 있어요. 기분이 좋을 때는 그때 그곳의 향기가 스쳐요. 맑고 투명한 햇빛의 신선한 향기……선생님의 손길이 닿을 때 그 향기를 느꼈어요. 시골에서의 그 이전 시간은 집안이 조금 어렵기도 하고 엄마가 우리를 많이 못 돌보아주던 시간이라서 저희끼리 꼼지락거리면서 놀곤 했거든요. 그래서 그때 꼼지락거리는 느낌은요……밝기만 한 게 아니라 약간 슬프기도 해요. 완전한 기쁨이라기보다는 약간은 슬픈 느낌도 있고, 약간 쓸쓸했다는 느낌.
불혹의 중년이 되었지만 가슴속에서 늘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하는 내담자의 회상이다. 이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터치는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의 손길이 필요하던 어린 시절, 부족해서 아쉽다고 생각해오던 엄마의 그 손길을 떠올리게 해준다. 성인이 되어서도 채워도 채워도 늘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그 사랑의 근원 말이다. 엄마의 사랑, 엄마의 보살핌의 손길을 따뜻한 사랑과 정, 그리고 선의의 진심을 담아 전달받는 손길에서 그 모성을 다시 체험한다. 그 과정을 통해 온전하게 공감받고 있음을 몸으로 체감하며, 삶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느낌과 인지의 재구성을 하게 된다.
부족한 모성의 체험이 인간의 삶과 관계의 방식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에 대해서 우리는 지금, 한 여성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배신감 두 가지 양가감정이 마음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진정한 ‘모성’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어머니됨’의 본성을 말하는 모성의 특성이란, 세심한 배려, 따뜻한 보살핌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으로 할퀸 지구의 대지, 분열과 다툼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그러한 모성의 보살핌을 받으며 보듬어주어야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바람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것이 혼란스럽기만 한 바로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세상의 모든 고통받는 이들의 치유를 기대하며 ‘모성의 시대’, ‘모성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까닭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는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모성에 대한 탄성처럼 여성에게 부여된 이러한 모성 행위는 참 신비롭다. 이러한 모성은 생명의 잉태와 보전, 그리고 종의 번성을 위해 본능으로 대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우리 몸에서 어떠한 것이 모성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하여 연구를 하면서 모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을 발견했다. 그리스어 어원이 ‘일찍 태어나다’인 이 호르몬의 역할은 자궁수축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 호르몬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출산과 수유, 그리고 사랑 나눔을 위한 접촉의 순간에 사람을 그토록 바꾸어놓는가, 하고 놀라며 많은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모성 행위와 관련된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어머니로서 여성이 자연 분만을 하고, 수유를 하는 동안 분비된다. 여성들이 출산할 때 아이가 자궁에서 빠져나온 후 자궁이 엄청난 속도로 축소될 때 옥시토신의 역할이 있어야만 한다. 강력한 옥시토신 호르몬 덕분에 3kg 안팎인 태아와 양수를 담을 만큼 크게 부풀었던 자궁은 다시 주먹만 한 크기로 돌아오게 된다.
아기를 돌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머니로서의 본능이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의 작용을 불러일으켜주는 촉발 장치 역할은 옥시토신이 맡고 있다. 비록 젖을 물고 있는 아기가 자기 아기가 아닌 경우에도 말이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이 다르다고 하지만 호르몬 차원에서 본다면 모두 옥시토신과 관계가 있는 모성의 감정이다.
옥시토신은 프로락틴(prolactin)과 함께 젖의 분비를 돕는다.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 엄마 몸에서 나오는 옥시토신은 모유를 통해 아기 몸속으로 들어간다. 옥시토신 호르몬은 엄마와 아기를 연결시켜 주면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끈끈한 관계 형성의 기본이 된다.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하면 산모는 만족감과 편안함, 행복을 느낀다. 덕분에 혈압은 낮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농도는 떨어진다. 이렇게 좋은 기분은 또 아기에게 전해진다.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
Cover image : 이달희 사진
https://www.youtube.com/watch?v=WQDdbf0sE_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