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달희 Dec 13. 2016

감출 수 없는 마음, 몸으로 드러나다

접촉의 심리치료 15_몸이 전하는 마음의 언어

사람들은 마음이 준비돼야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이 살펴 보면, “Being good by Doing good”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하게 됐다. 행복은 마음의 문제이지만 몸을 잘 관리하면 마음도 좋아질 수 있다.-최인철(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접촉의 접점에서 알아차리는 느낌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신체적인 접촉은 공감과 위안, 그리고 불안정한 애착 체험을 재구성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그러한 사랑을 나누는 공감의 접촉, 그 접점에선 어떠한 말도 개입되지 않았는데도 끊임없이 많은 느낌이 일어나고 메시지가 전달된다. 만성적인 두통을 호소하던 한 여성 내담자가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접촉 체험을 통해 공감을 받았던 느낌을 이렇게 말한다.     

 

“어깨를 딱 짚어주실 때에는 선생님의 손을 통해 ‘속 많이 상하셨지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하는 큰 공감의 메시지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갑자기 그냥 마음이 움직이고 눈물이 났어요. 자기 자신이 참 쓸모없다고 생각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정성스럽게 저를 돌보아주실 때 ‘나도 참 소중한 존재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참 편해지는 걸 느껴요.”     


‘느낌’이란, 몸의 감각이나 마음으로 깨달아 아는 기운이나 감정을 말한다. 접촉의 순간, 그 접점으로부터 나는 무엇인가를 느끼며,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느낌’을 갖게 된다. 느낌이 반응으로 나타나게 하는 접촉 자극의 경로는 분명히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이다. 실험심리학의 창시자인 빌헬름 분트는 몸을 통해 객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감각’이라고 하고,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주관적인 느낌이나 기분을 ‘감정’이라고 나누었다. 이 내담자는 자신의 어깨가 만져지면서 ‘쓸어준다’ ‘짚어준다’는 ‘감각’을 느꼈고, 거기에서 공감 받고 있다는 느낌을 알아차리면서 마음이 움직였고 ‘감정’이 올라와 눈물을 흘리는 신체반응을 보였다.     


감각(感覺)이란,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 의해 인간의 의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 사례에선 어깨를 만질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내담자의 피부에서 촉각과 압각, 온도감각을 수용하는 감각기관은 내 손을 통해 전달되는 자극을 ‘외부의 물리적 자극’으로 인식하고, 전기적 신호의 한 형태인 활동 전위로 바꾸어서 신경을 통해 뇌까지 전달한다. 이렇게 전달된 활동 전위는 뇌(크게는 신경계)로 들어간 세포를 신경세포인 뉴런의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뇌 속으로 분비되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뇌에서 변화가 생기면 인간의 의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몸이 만져지는데 웬 정서반응?

접촉의 장면에선 그 대상과 관련된, 아니면 그러한 접촉의 체험이 주는 정서적 기억과 연관된 감정이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드러난다. 신경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시오(Antonio Damasio)는 ‘신체적 표지 이론(somatic marker theory)’을 통해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면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감정을 느끼는 데 신체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마시오에 따르면, 감정이란 인간이 다양하게 경험하는 감각의 복합체다. 감각들은 신체적 표지를 구성하는데,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의사를 결정하는데 관여한다. 즉 신체감각은 감정의 기초를 이룸으로써 사건의 결과를 저울질하고,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방향을 잡고,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선택하는 토대가 된다. 과거의 경험과 감각, 감정이 쌓이고 쌓여 신체적 표지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몸은 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반응을 보인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심리상담의 장면에서 마주하는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지금여기에서의 불편함과 혼란의 근원에 다가가면 이런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의 이러한 마음의 요구는 타인과의 건강한 접촉을 통해서 전달되어 수용되고, 그리고 정서적 요구를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응답으로 되돌려 받았을 때 마침내 충족된다. 관계 속에서 그러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채널이면서 도구로 작용하는 것은, 입으로 전하는 말과 비언어적인 행동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손이 참 많은 말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손의 표현에는 감출 수 없는 마음이 그대로 담기기 때문이다. 


http://somaticpsychotherapy.modoo.at/


매거진의 이전글 헝클어진 마음, 밑그림 다시 그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