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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13. 2016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손길'

접촉의 심리치료 16_말보다 정확한 터치의 힘


미국 드라우 대학 ‘터치와 정서 연구소’ 매튜 J. 헤르텐슈타인(Matthew J. Hertenstein) 교수는 신체접촉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연구했다. 그 연구결과 단지 짧은 순간의 접촉만으로도 슬픔이나 두려움과 같은 특정 감정을 아주 조용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험방법은, 248명의 학생들에게 다른 감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단지 신체접촉만을 통해 분노, 혐오, 당혹감, 부러움, 두려움, 행복, 자긍심, 슬픔, 놀람, 연민, 사랑, 감사 12가지 감정목록 중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것. 접촉을 당하는 여성과 남성은 매번 접촉할 때마다 8가지 중 어떤 감정과 “어떤 감정도 아니다”라고 보고하고, 만지는 사람이 어디를 만질지는 자신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접촉을 통해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는 비율은 78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말이나 표정을 통한 연구와 비교를 통해 기대했던 비율보다 무려 11 퍼센트나 더 높게 나왔다. 참가자들이 ‘연민’이라는 감정을 정확하게 추측한 경우는 거의 60%였고, 감사, 분노, 사랑, 두려움의 감정도 50% 이상이 맞추었다.     

 

헤르텐슈타인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터치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었던 연구였다. 단지 5초 정도의 짧은 접촉 순간에도 감정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마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듯이 말이다. 접촉은 우리가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복잡한 메시지 체계이다.”     


이모션(Emotion) 저널 2006년 8월호에 게재된 이 연구에서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여성이 남성에게 손길을 내밀어 ‘분노’의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을 때, 남자 피험자들은 여성의 접촉을 통한 감정언어 전달을 한번도 맞추지 못했고, 남성이 여성에게 ‘연민’의 감정을 전하려고 했을 때, 여성 피험자는 그 감정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신체 접촉을 통해 연민을 전할 때에는 대부분 팔을 부드럽게 천천히 두드리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는 접촉 자극의 촉각 수용체인 표피의 머켈 세포(Merkel cell)를 최대한 활성화시키려는 행동이었다. 동정심과 감사의 마음은 사회관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에 나서게 동기를 부여해준다.      


이런 감정들은 초기 인류가 수천 세대에 걸친 진화과정에서 신체 접촉을 통한 교류를 갖는 동안 몸속에 깊이 새겨진 감정이며, 이 때문에 오늘날 누군가 자기 팔을 만지기만 해도 동정심을 감사의 마음이나 사랑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과 진심을 담은 손길이 닿아 접촉이 이루어진 그 접점의 시간과 공간에서 느낌이 일어난다. 그 느낌을 알아차리는 곳에 마음이 간다. 그 대상과 나 사이에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길이 열린다. 그래서 접촉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느낌은, 사람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바꾸어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그 ‘무엇’이다.


http://somaticpsychotherapy.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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