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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25. 2016

원점에서 심리학을 생각한다

접촉의 심리치료 26_터치의 심리학 탄생의 배경



보살핌의 손길, 기다리다

새로운 학문으로서 심리학의 출발점을 독일의 생리학자인 빌헬름 분트(Wilherm Wundt, 1832-1920)가 라이프찌히 대학에 실험실을 개설한 1879년으로 보고 있다. 빌헬름 분트는 그래서 근대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다. 심리학의 역사는 이처럼 아직 140년도 채 안 되는 학문이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946년 조선 심리학회가 결성된 후 1963년 한국심리학회로 이름을 바꾸었고 70년을 맞은 한국심리학회는 지금 15개 분과학회의 모학회로 성장했다.


하지만 내가 집중하고 있는 '터치의 심리학'의 주요 개, 즉 인간 개인과 집단이 친밀함을 서로 전하는 본능적인 접촉행동인 터치(touch)에 대해서 심리학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유교적인 전통과 법적 제약의 그림자 아래 놓인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 관심이 소극적이고 위축되어 있다.


196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심리학자들 대부분이 신체적인 접촉의 효과, 우정이나 매력, 사랑, 주관적인 행복감, 웰빙에 대한 실험적인 접근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었다. 대학들 역시 인간 심리에 대해 관념적이고 지나치게 성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창시한 정신분석학과 어떻게든 거리를 두고자 했으며, 인간의 개인적인 영역은 건드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래서 마음의 학문인 심리학이 아니라 인간 행동에 대한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이 메인 스트림이었다.


그러한 접촉에 대한 연구들이, 20세기 중엽에 접어들면서부터 과학의 영역 안에서 실험과 관찰이라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최근에는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참한 인간 참극의 전장(戰場)을 인류가 지켜보고, 그 피해를 공유하면서 시작된 것이 바로 ‘접촉’에 대한 연구다. 접촉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고자 하는 연구보고서들을 '터치의 심리학', '접촉의 심리치료'로 이어가고 있는 내 칼럼에서 하나씩 펼쳐보면서 시대적인 힐링 키워드 ‘접촉’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보았으면 한다.


시대적인 힐링 키워드_터치

접촉이란, 생득적인 인간 현상의 속살이 ‘과학’이란 이름으로 아주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환경 대재앙으로 지구의 위기상황이 예고되고 있는 이즈음에, 다시 가장 인간적인 행위, ‘접촉’에 대한 관심이 크게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근원적인 곳에서 본능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게 하는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길을 잃고 헤맬 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주변을 돌아보면 길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삶의 질과 주관적인 행복감의 증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동 인지발달에 대한 연구를 한 발달심리학의 삐아제(Jean Piaget), 원숭이를 통해 애착 실험을 한 해리 할로(Harry Harlow),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설자인 매슬로(Abraham H. Maslow)와 ‘인간 중심 상담’의 칼 로저스(Carl Rogers)가 나오면서 심리학의 시선은 인간의 내면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것이 심리학에서 제3의 물결이라고 불리던 중요한 전환점이다. 인간문제에 대하여 전체적 또는 전인적 접근(holistic approach) 이론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종래의 기계론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접근이 아니라 전체적, 통합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이른바 ‘인본주의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이 나타난 것.


이즈음의 심리학에선 이전에는 다루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두드러진 경향 중 한 가지는 인간의 ‘긍정적 측면’과 개인의 특성을 넘어선, 전체로서의 통합적인 관심이다.


내가 40년 전 심리학 학부생이던 때에는 감히 입 밖에 꺼낼 수도 없었던 주제들을 이제 심리학에선 자유롭게 거론하고 있다. 참으로 많이 변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벽을 느끼고 있다. 내가 느끼고 있는 그 벽이란 바로 신체적인 <접촉>이다. 가장 강력하고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지만, 원초적인 감각과 맞닿아 있다는 이유로 금기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 문도 서구 심리학계의 변화로 서서히 열리고 있고, 약손명상테라피라는 신체 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치료자로서 나는 그 경계에서 변화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다.


새로운 문화적인 흐름과 경향은 어느 한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균형이 깨어졌을 때 나타난다. 인간다움, 인간성을 되찾자는 ‘휴머니즘 힐링(humanism healing)’이 요즘 트렌드 키워드가 되었다. ‘인간의 접촉 문화’에 대한 복권 움직임이 심리학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의미 있게 바라본다.


137세가 된 노구의 심리학은 이제 보살핌의 도구인 접촉을 통해 인간의 몸이라는 매체가 전하는 개인의 마음속 마음의 진실, 내 안의 우주와 만나면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Handel "MESSIAH" | King's College, Cambridge Choir

https://www.youtube.com/watch?v=iTMJVvld9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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