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의 심리치료 30_관계 : 의미에의 접촉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제가 좋아하는 김춘수 시인의 아름다운 시 ‘꽃’ 중의 앞 구절입니다. 지천에 피어있는 수많은 꽃들, 그 가운데에서도 내 눈길이 닿고 내 마음이 움직여 ‘너 참 아름답구나’하고 탄성을 울리게 하며, 마침내 손길을 내밀게 만드는 어떤 꽃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내가 내민 손길로 특별해지는 관계 말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접촉’이란 의식을 통해 누군가에게 ‘이름’을 붙이고 특별한 관계를 맺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거리 한가운데 가만히 서있다 보면 나는 마치 섬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바다의 파도처럼 흘러가는 사람들 가운데 내 삶에 의미를 주었던 어느 한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면 얼마나 반가운지요.
바라보고, 마음이 가고, 손길이 닿으면서, ‘당신’이라는 존재에게는 이름이 붙여집니다. 내게 ‘당신’은 어떠한 의미가 됩니다.
관계는, 그렇게 ‘접촉’으로 시작됩니다.
외로운 섬은, 그렇게 ‘접촉’으로 대지와 연결됩니다.
당신은 내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