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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 이야기집 Oct 08. 2021

오랜만에 사주를 봤다

사장님이 해주셨던 가장 값진 한 마디

사주는 재미로 가끔 보는 편이다.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았던 대학교 새내기 땐 데이트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핑계로 꽤 자주 봤던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사주를 보지 않다가, 얼마 전 동네에서 사주를 봤다. 사실 사주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아니고 원래 사주를 보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사주를 본 곳은 동생들과 우연히 방문한 동네 카페였다. 2층에 있는 카페였는데, 오래 전부터 동네 중심상가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은 곳이었다. 가끔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활짝 창이 열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저 곳은 뭐하는 델까, 진짜 커피를 파는 곳일까? 마음 속으로 궁금해했던 곳이었다.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의 놀라움이 생생하다. 출입문을 밀고 들어서면 바로 앞에 창이 시원하게 탁 트여 있는데, 풍경은 학원가들로 좋지 못하지만 시원한 개방감이 있었다. 그 옆으로 사장님의 손글씨로 빼곡하게 적힌 메뉴판과 일렬로 정갈하게 놓여진 다양한 칵테일 병들이 있었다. 그리고 내 눈을 사로잡았던 "사주 5,000원"이라는 글자까지.


또 재미있었던 건, 카페 내부에 사장님의 작은 서재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출입문 바로 오른편에 있었는데, 사장님은 그곳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계셨다. 픽사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스탠드 전등 하나를 켜고서. 카페 전체적으로 아늑한 분위기였고, 도심 속에 마련된 사장님의 비밀 아지트를 몰래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내적 친밀감이 형성됐다. 그렇게 동생들과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첫 번째 방문은 끝이 났다.



그 카페의 두 번째 방문, 그리고 사주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원래 가려고 했던 프랜차이즈 카페가 만석이어서 갈 곳을 찾다가 문득 그 때 동생들과 방문했던 카페가 떠올랐다. 곧장 그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예상대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저번에 앉았던 곳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했다. 해가 조금 들어간 시각, 사장님은 태블릿을 들고 두 명의 손님에게 사주를 봐주시고 계셨다. 순간, 나도 사주를 꼭 봐야겠다는 충동이 일었다. 사장님이 카페 내부를 정돈하고 있을 때를 노렸다.


"사장님~ 저 사주 봐도 돼요?"


잡고 있던 일을 다 마무리하고, 나도 그 손님들이 봤던 창가 옆 자리에서 사주를 봤다.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말씀드리고 사장님의 사주 해석을 기다렸다.


사실, 나는 나를 꽤 잘 아는 편이다. 그동안 사회의 목소리가 아닌 내 안에서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왔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사장님은 나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셨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아이디어/영감이 많고, 판이 깔리면 존재감이 있다 등등.. 내 고유한 성격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도 놓치지 않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과 거의 일치했다.


사장님은 칼 같았다. 어느 정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얘기, 시간이 다 됐다고 보셨는지 태블릿을 정리하셨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사장님을 붙잡았다.


"사장님 이제 끝이예요?"

"끝이야. (없어 돌아가)"


나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었으나 마음을 접었다. 사주 5,000원 결제를 하고 카드를 받는데,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해주셨다.


"너 자신을 믿어~"


뭐랄까, 사주에서 들은 가장 값진 한 마디였다. "너 자신을 믿어라". 가장 자주, 많이 듣지만 이상하게 와닿지 않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 나는, 우리는 왜 이렇게 스스로를 믿기 어렵게 된 걸까? 나 자신을 믿어주기 보단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 훨씬 많은 거 같다. 나를 믿어주는 것만 해도 부족한 시간인데! 문득, 내 삶에 나를 믿어본 경험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나는 사장님한테 감사하다고, 자주 오겠다고 말했다. 사장님은 다시 고맙다고 했다. 편안하게 나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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