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만하면 대박을 터트려 '건축계의 노벨상'을 받은 건축가가 직접만든 집
프리츠커 상(Pritzker Prize)을 아시나요? 프리츠커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으로 매년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뛰어난 결합을 보여주어 사람들과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한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프랭크 게리는 1989년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건축계의 거장입니다. 기존의 평범함을 거부하고 역동적이고 파격적인 건물을 짓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LA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을 설계한 건축가로도 유명합니다. 실제로 빌바오는 한때 산업구조의 변화로 몰락한 도시였지만 프랭크 게리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은 후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도 했습니다.
올해로 만 90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현대 건축계의 거장이자 스타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 그가 사는 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프랭크 게리와 그의 아내 베르타 게리는 1977년 한 핑크색 방갈로를 구매했습니다. 이 방갈로는 원래 1920년에 지어진 것으로 상당히 낡은 상태였습니다. 1978년 게리는 이 방갈로의 외관을 한번 바꿔보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1990년년대 초 게리는 한차례 더 집을 리모델링 해야만 했습니다. 두 아들이 10대가 되며 공간을 재구성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때 이곳의 주민들은 그 형태의 기괴함에 매우 불쾌함을 느꼈으며 저 집을 철거해달라고 민원을 넣을만큼 싫어했다고 합니다.
이후 게리의 두 아들 중 한 아들(샘 게리)은 아버지를 따라 건축가가 되었으며 프랭크 게리와 샘 게리는 함께 이 집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프랭크 게리는 세계적인 건축 잡지, Architectural Digest에 자신의 집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거리에서 바라본 게리 하우스의 파사드입니다. 목조 주택에 유리 조각들을 박아놓은 듯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앞면은 낮과 밤의 모습이 매우 다르다고 합니다. 건축학도들과 건축기행을 온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은 이곳 밖에 없습니다.
이곳은 가족의 다이닝룸입니다. 더글러스 퍼(미송)를 사용해 프레임을 구성하였으며, 식탁의 상판은 라미네이트 합판으로, 그리고 의자는 가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것입니다. 천장에는 물고기 모양의 조명이 달려있습니다.
'물고기'는 게리가 좋아하는 디자인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게리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명절에 생선요리를 하기 위해 살아있는 물고기를 욕조에 넣어놓았고 어린 게리는 그 물고기를 보며 물고기의 형태와 비늘의 모양을 탐구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물고기 모양으로 지은 게리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다이닝룸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켄 프라이스(Ken Price)의 그림이 걸려있고 글렌 루켄스의 도기가 눈에 띄네요.
게리 부부는 특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합니다. 2003년 프랭크 게리가 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을 만들었을 때 LA필하모닉 연주회를 듣기 위해 지정석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 초록색의 그랜드 피아노는 게리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의 제품이며 색상도 게리가 직접 골랐다고 합니다. 이곳은 작은 실내악 콘서트가 가능할 정도의 크기입니다.
프랭크 게리는 저명한 피아니스트인 '미츠코 우치다'와 '엠마누엘 액스'가 우리집에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몇 차례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그 때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방문했으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은 게리 하우스의 뒷마당입니다. 긴 수영장과 큰 잔디밭이 눈에 띕니다.
뒷마당의 한켠에는 프랭크 게리가 만든 곰 형상의 조각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패밀리룸에 놓인 테이블은 커스텀메이드이며 의자는 프랭크 게리가 만든 가구 브랜드인 Knoll의 작품입니다. 곡선이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을 줍니다.
쿠션으로 장식해놓은 벤치형 의자입니다. 이곳에서는 동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Knoll의 의자가 보이네요. 의자 밑으로는 책을 수납해 두었습니다. 레드 컬러와 목재가 세련되게 잘 어울립니다.
알플렉스(Arflex)의 소파가 있으며 유리 테이블은 프랭크 게리가 직접 디자인한 것입니다. 창가의 받침대에는 켄 프라이스의 조각이 있네요. 전체적으로 초록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루며 밝고 경쾌한 느낌입니다.
부엌의 바닥에는 그라나다 스타일의 타일이 갈려져 있습니다. Wolf사의 레인지와 후드가 반짝이고 있고 이곳에도 역시 결을 살린 나무를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건축 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잘 살린 프랭크 게리의 집입니다. 원래는 이 집을 팔고 이사할까 고민했으나 이집에서 두 아들을 키우고, 이 집으로 인해 자신이 큰 건축가로 성장했다는 추억 때문에 이 집의 리모델링을 아들과 함께 작업한 것인데요. 프랭크 게리는 아들인 샘 게리가 '아주 좋은 파트너' 였으며 일생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