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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r 29. 2022

치명률이 낮아서 실패가 아니다?

아직도 의미 없는 확진자 수 헤아리기와 함께 인디언 기우제 수준의 수리모델링으로 유행 정점 맞추기 놀이에 여념 없는 방역당국의 현실 인식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확진자 수 감소 추이가 나타나는 기미가 보이자마자, 때를 놓칠세라 다시 정부가 K방역을 들고 나왔군요. 호흡기계 감염병 유행에서 확진자 수란 자연감염의 다이내믹에 따라 스스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파도와 같은 것입니다만, 온갖 쓸모없는 방역정책으로 사회를 피폐화시킨 국가일수록 유행 곡선이 꺾이기 시작하면 자신들 덕분이라고 공치사하곤 하죠. 


지난 2년간 확진자 수로 K방역 홍보에 열을 올렸던 정부가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은 치명률과 누적 사망률입니다. 아직까지 동아시아권과는 완전히 다른 유행 양상을 보였던 서구권 결과를 가져와서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오류를 인정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 듯하군요. 물론 정부가 이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런 해석이 통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의 누적사망률이 그토록 비난했던 일본의 누적사망률을 훌쩍 넘긴지 이미 몇 주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코비드 19와 같은 특성을 가진 감염병의 치명률이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수준의 지표입니다. 무증상과 경한 증상이 대다수이므로 동일 상황에서도 검사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치명률은 10%가 되기도, 0.1%가 되기도 합니다. 진짜 환자들에게 국한하면 할수록 치명률은 높아지고, 무증상과 경한 증상을 가리지 않고 검사를 하면 할수록 치명률은 낮아집니다. 다른 검사 기준을 가진 국가들을 상대로 치명률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2년, 마녀사냥으로 특정 집단을 초토화시키고자 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PCR 검사수를 줄이고자 했던 방역당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연감염 경험자가 더 많이 늘어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듯한 현시점, 엄청난 세금을 사용해가면서 진단 검사를 남발하는 이유가 뭘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낮은 치명률 만들기에 유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성공적인 출구전략은 “치명률이 높은 델타까지는 잘 막다가, 치명률이 낮아진 오미크론에 와서야 감염을 허용했다. 따라서 K방역은 실패가 아니다”인 듯합니다. 


하지만 K방역은 그냥 실패가 아니라 예정된 실패였습니다. 코비드 19와 같은 감염병이 팬데믹 선언이 되면 국가가 나서서 도움 되는 일은 의료시스템 확충과 신속한 지원, 그리고 의료시스템 과부하를 방지할 수준의 방역 정도밖에는 없으며, 나머지는 방해만 되는 일입니다. 확진자 수 최소화가 목표였던 K방역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는 일만 엄청난 예산, 인력, 시간을 들여서 했던 정책으로, 지금쯤은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합니다만 여전히 실패 아님으로 밀어붙이고 있군요. 


어제 코비드 19를 1급 감염병에서 제외하는 문제에 대한 방역당국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워낙 큰 사안이라 2급 감염병으로 낮추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제 천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직접 경험해보았으니,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코비드 19가 에볼라, 천연두, 페스트 반열에 오를만한 감염병이던가요? 등급을 높이는 일이야 사전 준비가 필요하므로 큰일이 맞습니다만, 등급 낮추기는  하던 일을 중지만 하면 되는 것인데 왜 그토록 힘든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제가 보기에 코비드 19는 2급도 과합니다. 보고와 격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현시점 코비드 19는 의무 보고와 강제 격리를 요구하지 않는 4급 감염병, 즉 계절성 독감 정도로 간주해야만 우리 사회가 이 위기를 현명하게 넘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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