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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r 23. 2022

정치 방역? 과학 방역? 자율 방역이 답입니다

어제 새 정부의 인수위가 코로나 대책 관련 발표 때 사용한 워딩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워졌네요. <정치 방역>이 아니라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하면서 몇 가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했군요. 재택치료가 아닌 동네의원의 대면진료를 허용하겠다, 소아백신 접종은 선택에 맡기겠다, 백신 패스는 중지한다 등등.. 말할 것도 없이 매우 당연한 결정이고 오래전부터 시행되었어야 할 내용들입니다. 


대중들은 최근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을 두고 K방역을 정치 방역이라고 의심하는 듯합니다만, K방역이 정치 방역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대구 신천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유행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 덮어 씌우고 마녀사냥을 벌일 때부터 K방역은 유용하고 세련된 정치 도구였습니다. 얼마 전 정부가 발간한 백서에 <세계가 감탄한 K방역>이라는 찬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기사를 보고, 끝까지 감염병 유행을 기회로 활용하는 그분들의 정신세계가 자못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 과학 방역은 어떨까요? K방역을 열렬히 지지했다가 최근에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이 이제는 과학 방역이라는 단어에 또 환호하는 듯합니다. 인수위에서 이야기하는 과학 방역이란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것으로, 그 자체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이미 가장 강력한 거리두기인 전면 락다운도  마스크 의무화도 별 의미 없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므로 이를 제대로 검토해서 실행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객관적 자료를 얻기 위하여, 이제 와서 국민 항체 양성률 조사를 하겠다고 하는군요. 


뭐든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대구 신천지 사태 당시 마녀사냥이 아닌 시민들 항체 조사부터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었던, 그리고 사비를 털어서 항체 조사를 직접 해보기까지 했던 입장에서 조언드리자면 (그 결과는 “대구의 코로나 항체 양성률”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와서 하는 항체 조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18세 이상 성인의 97%가 백신 접종을 이미 종료했고 공식 통계로 전체 인구의 20%가 이미 자연감염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국가입니다. 항체란 것이 한번 생겼다고 계속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혈중 항체는 면역시스템의 일부일 뿐으로 항체없다고 저항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현시점 항체 양성률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제대로 된 항체 조사는 유행 초기에 했어야 했습니다. 항체 조사를 통하여 지역사회에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대략이나마 추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 감염병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경미한 병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현재 하고 있는 방역대책이 적절한 수준인가?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심이 합리적인가? 를 판단하는 핵심 정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을 추적하는 방법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주기적으로 항체검사 결과를 모니터링해봐야 합니다. 구멍 뚫린 그물에 불운하게 걸린 사람들이 유행 확산의 주범으로 몰려서 사회적 희생양이 되는 일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행이 시작된 지 거의 반년이 지난 후인 2020년 6월, 방역당국에서는 첫 항체 조사 결과를 황급히 발표합니다. 항체 양성률 0.03%.. K방역 덕분에 놓치고 있는 감염자가 거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죠. 방역 당국에서는 이후 발표한 항체 조사에서도 유사한 주장을 반복적으로 했으며, 이는 그물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는 증거로 간주되어 2년내내 우리 사회가 K방역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발표된 국내 항체 조사 결과는 모두 무지를 가장한 기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항체 조사에 대한 비판글을 여러 번 올린 바 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0.03%? 우리나라 코로나 항체 양성률 뒤집어보기”, “ 0.07% 2차 항체 조사 발표를 본 짧은 소감”, “항체 없으면 저항력 없나?” 


다시 과학 방역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현시점에서는 새롭게 뭘 더하는 것이 과학 방역이 아닙니다. 그동안 했었던 의미 없는 아니 사회적으로 폐해만 끼치는 일들을 시급히 중지하는 것이 과학 방역입니다. 항체가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검사해보면 되는 일이지, 이제 와서 국가가 나서서 항체 양성률 조사를 과학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것은 과학 방역이 아니라 자율방역이며, 자율방역의 핵심은 국민 각자가 먹거리, 운동, 햇빛, 숙면과 같은 일이 각자의 면역력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유행 초기에 올렸던 "신종 코로나 대응, 면역력 일깨우는 방법 ABCDE"를 다시 링크 겁니다. 


**추가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최근 확진자수 증가와 과학 방역 논란을 보면서 올린 아래 링크글도  같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의미없는 일을 중지하는 것이 과학방역입니다 - 누가 저들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K방역이 과학방역이 아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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