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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Apr 03. 2022

'이버멕틴 효과 없다'는 NEJM 논문을 읽어본 소감

며칠 전 NEJM에 이버멕틴에 대한 무작위 배정 임상실험 (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 결과가 발표되었군요. NEJM과 같은 저널에서 효과 없음, 즉 negative finding을 보고하는 RCT결과를 실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TOGETHER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RCT에는 이버멕틴 외에도 코비드 19 초기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제기된 저렴한 repurpose 약들이 다수 포함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항우울제인 플루복사민입니다. 플루복사민은 유의하게 입원율을 낮추는 것으로 나왔지만, 그 결과는 NEJM보다 한 급 낮은 저널인 Lancet Global Health에 실렸죠. 현재 학계에서는 <플루복사민의 효과 있음>보다 <이버멕틴의 효과 없음>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저한테 NEJM에 발표된 그 논문이 그동안 있었던 이버멕틴에 대한 모든 논란을 잠재울만한 종결자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이버멕틴은 기전적으로 항바이러스와 항염증 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효과를 보였던 RCT 논문들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NEJM 논문 역시 다른 RCT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방법론상 이슈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복용량과 복용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이버멕틴을 공복에 복용하도록 해서 흡수율을 낮춘 점, 대조군의 절반 정도가 프로토콜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 연구가 시행된 브라질에서 이버멕틴은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약이라는 점 등등..  


NEJM 논문에서 평가한 이버멕틴 용량과 복용기간은 몸무게당 0.4mg, 3일간, 공복 시 복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버멕틴의 효과를 주장해왔던 IFCCC 프로토콜에 의하면 이번 RCT 대상자와 같이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몸무게당 0.6mg, 최소 5일 이상, 그리고 흡수율을 높이기 위하여 반드시 식사와 함께 혹은 식사 후 복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RCT는 실패를 목표로 계획된 연구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듯 합니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NEJM 논문을 평가한다면, 충분히 후속 연구를 고려할만한 결과였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비록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이버멕틴 군의 입원율이 대조군보다 낮았으며, 특히 50세 이상 고위험군의 입원율이 뚜렷하게 낮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50세 이상만을 대상으로 약 복용량과 기간을 재조정한 후 현재와 비슷한 규모의 RCT를 다시 시행해보면 이버멕틴의 효과를 입증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버멕틴이 화이자급 제약회사에서 새롭게 개발된 신약이었다면 당연히 이런 후속 연구로 이어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군요.



이번 NEJM 논문은 다시 한번 RCT, 더 나아가 근거중심의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버멕틴의 효과는 복용 시작 시점, 용량, 기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실제로 그 효과를 주장하는 의사들은 복합 처방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NEJM 논문에서 평가한 이버멕틴은 단지 <증상 발생 후 7일 이내, 몸무게당 0.4mg, 단 3일간, 공복시 단독 복용>의 효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번 RCT에서 사용된 이버멕틴 프로토콜은 효과가 없다 하더라도, 여전히 환자 상태에 따라서 용량, 사용 기간, 복합처방을 조절하면서 사용하는 이버멕틴은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RCT와 메타분석과 같은 근거중심의학이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객관적 방법론이 아니라 오히려 의료 현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다양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 이슈는 나중에 다시 한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유행 초기부터 WHO, CDC, FDA와 같은 보건의료 당국에서는 이버멕틴 사용을 의아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막아 왔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이버멕틴 처방 의사들이 면허증 박탈 위협까지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버멕틴은 수십 년간 WHO의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값싸고 안전한 약이었습니다. 어차피 감기약 외에는 특별히 줄 것 없는 초기 코비드 19 환자들이 이버멕틴을 며칠 복용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된다고 그렇게나 반대했을까요? 플라세보 효과만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제 가치는 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 이번 NEJM 논문은 이버멕틴 논란을 종식시키기는커녕 다시 불 지필 가능성이 큽니다.


**아래는 2021년 5월에 올렸던 이버멕틴 관련글입니다.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 그리고 인도 상황 

2. 구충제 이버멕틴, 세기의 스캔들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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