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덕희 Apr 15. 2022

우리는 언제쯤 마스크 신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코비드 19 유행이 시작된 후 세 번째 맞는 봄입니다. 그동안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기 원했던 정부에서 드디어 다음 주부터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과 같은 모든 제한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마스크는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실외 마스크조차 차후 상황을 평가해서 결정한다는 입장입니다. 공식 통계로 천오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을 경험하고, 성인 95% 이상이 백신을 맞은 국가에서 아직 실외 마스크조차 벗지 못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겨울 하루 수십만 명 확진자가 나오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왜 더 이상 마스크가 작동하지 않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예전에도 작동하지 않았으나, 다들 마스크 덕분으로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죠. 오미크론 변이 출현 전, 방역 정책 그리고 의료 및 경제 수준에 관계없이 대부분 동아시아권 국가에서 코비드 19 유행이 그럭저럭 통제되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마스크 덕분이 아니라, 이 지역의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높게 유지되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호흡기계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데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무작위 배정 실험을 통하여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던 사실입니다. 코비드 19 유행시 이루어진 연구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효과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미미할 뿐이며 특히 젊을수록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마스크 신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유행 초기부터 잘못된 정보에 끊임없이 노출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처럼 양쪽 마스크 미착용 감염률 100%, 한쪽 마스크 착용 70%, 둘 다 마스크 착용 1.5%..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림은 마스크 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실험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마네킹에게 마스크를 씌워놓고 시행한 연구의 결과물일 뿐으로,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허구의 수치입니다.



일견 마스크가 전파 예방에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뭐라도 물리적 장벽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확률적으로” 바이러스가 내 호흡기로 들어올 가능성이 낮아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확진자가 발생한 특정 장소에서 노 마스크 1명만 감염되고 마스크를 착용한 9명은 감염을 피해 갔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런 사례는 유행 초기부터 마스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종종 언론에 등장하곤 했지만, 단지 특정 장소에서 보였던 일시적 효과일 뿐입니다.


그 당시 이 9명의 마스크 표면은 어떤 상태였을까요? 당연히 바이러스로 범벅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운 좋게 이번은 오염된 마스크로부터 감염을 피할 수 있었겠지만, 유행이 길어지면 질수록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마스크 사용수칙을 잘 지키는 사람도 반드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벗었다 꼈다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하여 오염된 마스크로부터 감염의 위험도 같이 높아집니다. 마스크 관리가 허술한 사람일수록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제대로 된 착용이나 관리가 어려운 어린 연령층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실내 마스크조차 유행 기간이 길어지면 의미가 없어지는 매우 중요한 이유로, 마스크란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단기간 사용할 때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또한 코비드 19와 같은 감염병은 자연감염 경험자가 많아져야만 바이러스와의 공존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실외 마스크 의무화는 난센스에 가까운 일입니다. 유행 초기부터 코비드 19는 안 걸리는 것이 100점이 아니라,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것이 100점이라고 주장해왔는데요, 실외에서 발생하는 사람 간 전파는 이런 감염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안전한 형태의 바이러스 노출입니다. 바이러스 노출량은 감염의 예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인자로, 바람과 햇빛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기본적으로 저농도 노출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야외에서 노출되는 바이러스는 그 자체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생백신으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마스크 의무화 정책이 코비드 19와 같은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수록 시험 성적은 올라갈 것이다”는 수준의 헛된 믿음일 뿐이며, 실외 마스크 착용을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결과물입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모든 방역정책이 그러하듯, 장기간 마스크 착용도 결코 공짜 점심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건강한 사람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코비드 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하여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사례일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마스크 의무화 정책: 업그레이드된 골드버그 장치”와 “더 이상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강제하면 안 됩니다”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위 사진은 얼마 전 KBS에서 방영한 “백신과 국가”중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습니다. 내용도 참으로 비통했지만, 질병청 관계자가 하고 있는 마스크 착용 실태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백신 피해자 가족의 두 겹 마스크 착용 모습이 서글프기조차 했습니다. 혹시 질병청에서는 제가 생각하듯 코비드 19가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위험한 감염병이 아니며 마스크로 감염을 예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최근 방역당국에서는 향후 신종 변이가 출현해 재유행하는 상황이 오면 곧바로 3T로 대변되는 K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도입하겠다고 천명했더군요. K방역이든 마스크든 백신이든 코비드 19 유행 중 시행되었던 그 수많은 정책에 대하여 국민들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일은 향후 더 정교한 방식으로 반복된다는 사실.. 다들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추가합니다

오늘 마스크 덕분에 자신은 2년 동안 한번도 감기와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 분의 반론을 메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독감과 감기가 사라진 것은 마스크 덕분이 아닙니다. "왜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을까"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버멕틴 효과 없다'는 NEJM 논문을 읽어본 소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