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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10. 2019

나이 들어 무작정 살빼기, 치매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2

1편에서 얘기한 체중감소는 비의도적인 체중감소 (unintentional weight loss)입니다. 즉, 내가 체중을 빼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발생한 체중감소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체중감소는 그 자체로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였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로 보죠. 가장 잘 알려진 질병이 암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체중감소가 치매의 발생 전에도 흔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보통 암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 체중감소는 최근 몇 개월 동안에 급격하게 발생합니다. 그러나 치매의 전조증상이라고 하는 체중감소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전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음.. 10년 전부터 시작하는 전조증상이라..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사실 이쯤 되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나? 의심하는 연구자들이 나올 법도 한데 고정관념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여 한번 꽂힌 것은 뒤집어서 생각하는 법이 없습니다. 


최근 종료된 Look AHEAD 연구라고 불리는 매우 유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뚱뚱한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중감소에 초점을 둔 생활습관의 변화가 당뇨 합병증인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보기 위해서 시작된 연구죠. 무려 5000명이 넘는 뚱뚱한 당뇨병 환자들을 무작위로 두 군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실험군에게는 체중감소를 목표로 엄격한 식이조절과 운동을 시키고 대조군은 일반적인 당뇨병 관리 교육을 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여기서 이야기하는 체중감소는 의도적 체중감소 (intentional weight loss)입니다. 그리고 이 임상시험을 10년 정도 끌고 갑니다. 이러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10년간 진행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돈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기대했던 대로였죠. 시작한지 몇 개월만에 체중감소 군은 대조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살이 빠졌고 당화혈색소, 혈압, 지질 등 온갖 검사 지표들이 다 호전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다 좋아졌으니 당연히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도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을 겁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게 됩니다. 두 군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에 전혀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허리둘레, 혈당, 혈압, 지질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좋아졌는데.. 그냥 좋아진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더 좋아졌는데 왜 최종 결과인 심혈관계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던 걸까요? 이 결과는 2013년 의학분야의 가장 유명한 저널인 NEJM에 실린 바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도저히 이 결과를 그냥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지금도 2차, 3차 후속 분석을 계속해가면서 그 원인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고요.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간담을 더 서늘하게 하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엄격한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체중을 뺀 환자들 중 10년 후 인지기능이 대조군보다 더 낮아 보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 역시 현재의 패러다임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체중감소 군에 속한 사람들은 일단 무지막지하게 운동을 했고 (운동은 현재 알려진 가장 중요한 치매 예방인자입니다) 혈당과 혈압도 대조군보다 더 잘 조절되었습니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현재 알려진 가장 중요한 치매 위험인자입니다). 그런데도 10년 후 인지기능이 더 낮아졌다뇨??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체중감소 군에서는 지방조직 내에 저장되었던 지용성 화학물질들이 더 많이 혈중으로 흘러나왔고, 우리 몸은 그런 놈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양들이 다른 장기, 특히 뇌로 옮겨갔을 겁니다. 체중감소 군은 대조군보다 더 빈번한 요요현상을 경험하는데, 체중감소와 증가를 반복하면 할수록 지방조직에 저장되어 있던 화학물질들이 뇌로 재배치되는 양이 점점 더 증가합니다. 이 문제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앞서 이야기한 그 모든 장점들을 상쇄시켜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Look AHEAD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심상치않습니다. 의도적인 체중감소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고 저는 그 이유를 코끼리의 몸통 안에 있었던 화학물질로부터 찾습니다. 체중감소의 장점은 즉각적인데 반하여 단점은 10년 이상의 세월을 두고 아주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뭐가 잘못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현재 체중감소에 초점을 맞추어서 시행되는 대부분 임상시험들은 짧게는 몇 주, 길어도 1년 정도로 끝나고 당연히 결론은 모든 것이 좋아진다 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서서히 반전이 시작되는 겁니다.  


여기까지 읽고, 그렇다면 뚱뚱해도 살을 빼지 말라는 뜻이냐? 고 질문을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먼저 답을 드립니다. 그건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을 빼지 않아도 이러한 지방조직의 화학물질들이 더 많이 혈중으로 흘러나오는 기전이 있습니다. 바로 뚱뚱해져서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져있는 상황입니다. 지방세포들이 커지면 점점 이 놈들의 보관상태가 불안해집니다. 여기에 인슐린 저항성까지 오면 더 문제가 커집니다. 밤낮없이 이 놈들이 쉬지 않고 혈중으로 흘러나와서 또 뇌로 가는 기회가 증가하게 되는데요 이 기간이 길어지면 이 역시 치매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 기전이 젊을 때 뚱뚱한 사람들이 나중에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지방조직 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비만과 체중감소는 완전히 상반된 상황입니다. 비만은 지방조직 양이 많은 상황이고 체중감소는 지방조직 양을 줄이기 위해서 하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화학물질의 다이내믹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유사한 상황입니다. 둘 다 지방조직 내에 존재하는 신경독성 화학물질들을 더 쉽게 뇌로 옮겨가도록 만들어서 치매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다만 비만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뿐입니다. 


따라서 살을 빼야 할 사람들은 빼야 하되, 어떻게 빼느냐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특히 이 문제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중요해집니다. 살도 빼고, 당뇨병과 고혈압도 잡은 것 같은데, 나중에 치매에 걸리는 그런 상황은  최소한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To be continued (세번째 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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