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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Aug 04. 2023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아래는 최근 한 대안교육 잡지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아서 기고했던 마스크 관련 글입니다. 제 브런치 독자분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겠습니다만 아직 마스크의 문제점을 알지 못하는 분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분들이 꼭 좀 읽어보았으면 해서 별도로 올립니다. >

팬데믹 3그 이후


하나의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지배했던 시간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열심히 방역수칙 지키고 백신 접종하면 이 바이러스가 사라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끊임없이 변이 하는 호흡기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인간이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의 1년은 성인의 10년과 맞먹는 시간일 수 있다. 3년 이상 이 바이러스를 막아보겠다고 사회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후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가 발견한 것은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아이들이었다. 유행 초기부터 코로나19는 고령의 기저질환자에게만 위험했을 뿐, 아이들에게는 감기나 독감과 별 다를 바 없는 감염병이었다. 


70대 이상 연령대에서 호흡기계 감염병이란 항상 사망 원인 3,4위를 다투었던 흔한 병이었고 코로나19 유행 전에도 해마다 수만 명의 고령자가 독감, 폐렴 같은 감염병으로 사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이들이 독감, 폐렴대신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일이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확진자 수 최소화를 방역 목표로 삼았던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무증상도 허락되지 않는 감염병'으로 대우했고, 이런 비현실적인 방역 목표가 어떻게 전체 사회를 서서히 병들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 팬데믹 동안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강제 혹은 권고되었던 각종 정책들에 대해 복기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마스크 의무화 제도다. 아마도 한국은 마스크만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유일한 무기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국가일 듯하다. 아직까지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지금은 벗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마스크 의무화를 국민 스스로 요구할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다. 


그런데 마스크는 정말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하는 데 의미가 있었을까? 아니, 마스크가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를 강제하는 의무화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가? 우리가 간과했던 마스크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 걸까? 마스크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이 질문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더욱 중요하다. 

 

마스크의 바이러스 전파 억제 효과 


먼저 '마스크의 효과'와 '마스크 의무화 제도의 효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스크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마스크 의무화 제도는 그렇지 않다. 마스크가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데 효과적이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마스크와 얼굴이 빈틈없이 밀착해야 하고, 마스크 착용 전후에 항상 손을 씻어야 하며, 한 번 사용한 마스크는 폐기해야 한다. 즉, 마스크란 제대로 사용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효과가 있을 뿐이다(물론 이런 사람들조차 마스크 착용은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 국가나 타인이 강제할 수는 없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장기간 마스크 착용은 그 자체로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실험실 마네킹 혹은 특정 장소에서 단기간 시행된 연구에서는 마스크가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일상에서 장기간 사용하는 마스크는 효과가 거의 없거나 혹은 있다 하더라도 미미할 뿐이었다. 이것이 처음부터 스웨덴이 노마스크 정책을 선택했던 과학적 근거이자 유행 초기 WHO를 포함하여 많은 국가에서 건강한 사람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시행된 연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과 같이 과학적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가 보고하는 장기간 마스크 착용의 효과는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방법론상 문제가 많은 연구들, 즉 과학적 근거 수준이 낮은 연구들에서 마스크의 강력한 효과들이 줄지어 보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런 논문들이 영향력이 매우 큰 과학저널에 발표되는 일이 벌어지고, 방역당국에서는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해도 마스크만은 최후까지 가져가야 할 가성비 높은 방역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대부분 국민들은 단 일말의 의문도 가지지 않았다. 


덕분에 한국은 실내는 물론이고 실외에서조차 가장 오랫동안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가진 국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마스크 의무화 제도는 한 사회를 거짓과 기만으로 일상을 이어가는 연극판으로 만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실외 마스크 착용률 100% + 실내에서 마스크 벗은 채 먹고 마시고 떠들며 놀기'라는 기만적인 조합으로 팬데믹 시대를 살면서 역시 감염병 유행을 막는 데는 마스크가 최고라는 집단 환상에 빠지게 된다. 그 와중에 어른들의 통제 하에 있는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은 꼼짝없이 하루종일 마스크를 강요당하는 일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2022년이 되자 그전까지 유행이 잠잠했던 동아시아권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미크론 유행시 마스크 착용률 100%에 수렴했던 한국에서 하루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그토록 효과적이었던 것처럼 보였던 마스크가 2022년이 되어서는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도대체 뭘까? 2022년 이전 동아시아권에서 바이러스가 통제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정말 마스크 때문이었을까? 마스크가 주제인 이 글에서는 지면관계상 단지 질문으로만 던져놓을 뿐이다. 


2023년 4월이 되어서야 미국의 방역정책을 이끌었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Anthony Fauci)는 '뭔가가 분명히 잘못되었다 Something Clearly Went Wrong'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마스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중보건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구집단 차원의 마스크 효과는 기껏해야 10% 정도다 From a broad public-health standpoint, at the population level, masks work at the margins - maybe 10 percent아이들한테는 그 10퍼센트 효과조차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3년 이상 마스크를 강요했다.


무시무시한 코로나19는 마스크로 피해 갈 수 없었다 하더라도 마스크 덕분에 독감이나 감기는 걸리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 역시 착각일 뿐이다. 코로나19 유행 동안 독감과 감기가 사라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일로, 유행 내내 노마스크로 대응했던 스웨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생태계에서 늘 벌어지고 있는 바이러스들 간 생존 경쟁의 결과를 두고 마스크 덕분이라고 해석했을 뿐이다. 수많은 착각과 혼돈이 지배했던 시절이었고, 아직도 그 잔재가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아이들은 마스크로 무엇을 잃었을까


최근 마스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는 논문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이슈는 실증적인 증거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성의 힘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으며, 그 판단에 근거하여 사전주의 원칙 (precautionary principle)에 입각해 행동해야만 했던 영역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인위적인 장치로 얼굴과 호흡기를 가린 상태로 진화해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것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 


1. 마스크는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출생 후 성장과 발달 과정이 가장 긴 종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만의 특별한 능력들, 즉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등을 습득하게 된다. 이런 능력들은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환경, 즉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며, 그 중심에 얼굴이 존재한다. 마스크란 이런 상호작용을 전방위적으로 막는 매우 위험한 방역의 보잘 것 없는 소도구일 뿐이다. 


언어 발달에 청각정보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입 모양이라는 시각정보라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언어란 고등 인지 기능의 기초를 닦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마스크로 영유아의 시각정보를 차단하는 행위는 도미노처럼 그다음 단계의 상위 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 영향은 더욱 크며,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 


인간의 얼굴에는 입 모양이라는 시각정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얼굴은 인체에서 미세 근육이 가장 많이 분포한 장소로, 얼굴을 통한 감정의 상호 전달은 호모사피엔스가 사회적 동물로 진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얼굴의 2/3 이상을 가린 마스크는 감정의 상호작용을 막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다. 얼굴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을 부정적 감정(분노, 공포, 슬픔, 역겨움 등)과 긍정적 감정(행복감, 즐거움 등)으로 대별한다면,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눈과 눈썹만으로도 잘 전달되나 행복감과 같은 긍정적 감정이 전달되는 주경로는 입 모양을 포함한 하관이다.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인간의 뇌는 얼굴이 전달하는 시각정보와 다른 사물이 전달하는 시각정보를 다르게 처리한다. 다른 사물들이 가진 정보들은 부분으로 쪼개서 인식하지만 얼굴이 가진 정보는 통째로 인식하도록 그렇게 진화해 왔다. 최근 인간의 뇌에는 얼굴만을 인식하는 영역이 따로 존재함이 밝혀지기도 했다. 과연 그 역할은 뭘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왜 이러한 의문에 대해 그 누구도 감히 질문조차 던지지 못했던 걸까? 


2. 마스크는 면역 시스템 훈련 기회를 박탈한다. 


또한 영유아 시기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등 수많은 미생물로 가득 차 있는 이 지구상에서 이들과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연마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한순간도 쉬지 않고 마주치게 되는 이러한 미생물들은 피해야 할 대상도 아니고 피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면역 시스템은 끊임없이 훈련되어야만 하고, 그 어떤 것도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 호흡기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한 대표적인 기관으로 장기간 마스크 착용은 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차단한다. 결국 면역 시스템 훈련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아이들은 각종 감염병과 만성병에 점점 더 취약해진다. 


3. 마스크는 폐기능 발달을 저해한다.


모든 아이들의 기본 특징은 '자란다'는 것이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던 폐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은 탄생 직후부터다. 그때부터 시작하여 아이들의 폐는 호흡이라는 과정과 함께 영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자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서 달릴 때, 목젖이 다 보이도록 깔깔대며 웃을 때 그들의 폐포 꽈리는 건강한 자극을 받으면서 더욱 무럭무럭 자란다. 그렇게 아이들의 폐 기능은 성장하고 발달한다. 그 과정에 마스크라니? 3년 이상 아이들에게 방역이라는 미명하에 마스크를 강제했던 어른들이 지금쯤은 자신들의 오류를 되돌아볼 때도 되었건만 '방역 1 등국'이라는 헛된 망상에 젖어 있었던 우리 사회에는 어떤 자성의 목소리도 없다. 


아이들은 마스크로 무엇을 얻었을까


아이들이 마스크 착용으로 얻은 것이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엄청난 마스크 쓰레기들 외에는.. 세월과 함께 분해되어 환경 곳곳에 스며들 미세플라스틱, 나노플라스틱들. 3년 반 동안 벌인 방역의 잔해로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또 하나의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안겨주었다. 음식과 물, 공기를 통해 그것들이 아이들 몸 안으로 들어와 벌이는 나쁜 일은 아마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따위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또 하나가 더 있다. 마스크를 만들 때 사용된 수많은 합성화학물질들. 아이들이 숨 쉴 때마다 호흡기를 들락거렸을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아이들 몸속 깊숙이 어딘가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견고하고 멋져 보이는 마스크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며, 그로 인한 악영향이 드러나는 데는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2017년 우리 사회는 생리대 사태라는 것을 경험했다. 사춘기와 성인 여성들이 한 달에 며칠 사용하는 생리대에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되었다고 전 사회가 뒤집어졌었다. 그런데 똑같은 성분이 호흡기를 직접 맞대고 있는 마스크에서 검출되었을 때는 1시간 통풍하고 사용하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권고였다. 


이제는 복기할 때가 되었다. 방역으로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어른들의 오판으로 가장 중요한 발달과 성장 시기를 놓쳐버린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장 시급한 일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복기하는 일이다. 마스크란 우리가 복기해야 할 수많은 이슈 중 단지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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