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는 바이러스와 숙주 간 공존을 위하여 단 한순간의 멈춤도 없이 작동하고 있는 선순환 구조가 있습니다. 이 선순환은 평소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노출 경험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런 미생물 노출은 교차면역, 면역계 훈련, 미생물 간섭 효과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숙주 면역계에 영향을 주고 있고요.
그 와중에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합니다. 그러면 평소 코로나19와 상호작용을 하는 미생물에 대한 노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무증상, 경한 증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런 사람들이 많은 인구집단은 감염병 유행을 보다 쉽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이 인구집단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경험까지 추가함으로써 인구집단 전체 면역 수준은 더욱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미래에 다른 신종이 등장했을 때 더욱 견고한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하죠. 이것이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21세기에 와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진정한 집단면역의 개념입니다.
코로나19는 유행 초기부터 무증상, 경한증상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그 자체로 많은 국가들이 처음부터 선순환 고리 안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WHO포함 각 국가의 방역 당국은 이 고리를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들여서 인위적으로 해체시켜 버립니다. 특히 한국은 가장 견고한 선순환 고리 안에 위치했던 국가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는데,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K방역>을 자랑하기 위하여 이 선순환 고리에서 스스로 이탈하는 어리석음을 선택하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 2023년이 되어서야 일상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확진자 증가 소식과 함께 다시 마스크를 꺼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직도 의미 없는 확진자수를 헤아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은 물론이고, 3년 반을 경험하고도 그런 뉴스에 반응하는 국민들을 보면서 K방역이 남긴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다시 꺼내 쓰면 안 됩니다. 현시점 마스크는 선순환 고리로 재진입하는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은 선순환 고리에 재진입할 수 있는 최적기로, 이 시기에 가능한 한 많은 미생물에 대한 노출을 경험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공기 속에서 엄청난 수의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들이 공존하고 있는데, 마스크는 이 중 특히 크기가 큰 미생물들에 대한 노출을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소위 노출의 다양성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냥 자신의 삶을 살면서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노출 경험을 가능한 한 많이 가지는 것, 이것만이 우리가 선순환 고리로 재진입하는 유일한 길이자 겨울철 유행을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