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을 때 서구권에서는'COVID-1984'라는 단어가 꽤나 유행이었습니다. 많은 서구권 국가에서 방역 및 백신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들이 연일 벌어졌는데 그때 흔히 볼 수 있는 피켓 문구 중 하나가 'COVID-1984'였죠. 실로 감염병 유행을 관리한다는 미명하에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일들은 조지오웰이 쓴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묘사된 상황과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그중에서 대한민국은 <1984>의 무대인 빅브라더 국가에 가장 근접했던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K방역이란 집단 최면제 '소마'에 중독된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어떤 처지에 빠져 있는지 자각조차 못 한 채, 오히려 격렬하게 저항하는 서구권 국가들을 방역후진국이라고 비웃고 조롱하기에 바빴죠. 그런 점에서 저는 한국은 <조지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동시에 구현된 보기 드문 국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Ministry of Truth, 즉 진리부는 <1984> 주인공이 소속된 부서 이름입니다. 이 국가의 모든 부서 이름이 그렇듯 진리라는 이름도 반어적 표현일 뿐, 이 부서가 하는 일은 완벽한 거짓을 만들어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일입니다. 그들만의 진리를 규정하고 관리하는데, 예를 들어 진리부에서 <2+2=5>를 참이라고 규정하면 <2+2=4>를 믿는 사람은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해집니다. 진리를 거부한 자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브런치 독자 분이 마스크 관련 최신 기사 하나를 링크해 주더군요. 제목이 “코로나 6개월 만에 다시 5만 명대…"마스크, 코로나에 효과 없다?"로 소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라는 뉴스톱의 한 기자와 CBS 앵커 간의 대담을 요약한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코로나 확진자수가 주요 뉴스가 되는 한국의 현실에 대하여 일말의 문제의식도 없는 이 두 사람의 대담은 <확진자수가 증가하니 다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더군요.
이 기사는 2023년 2월 방영한 KBS 시사다큐 <마스크 모순사회>에서 언급된 코크란 리뷰논문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논문 결과와 의의에 대하여서는 이미 "다시 한번 마스크 효과없다고 발표한 코크란 리뷰논문"에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만, 팩트체크가 전문이라는 이 기자는 여전히 (1) 특정장소에서 단기간 사용하는 마스크 효과와 (2) 일상생활 속에서 장기간 사용하는 마스크 효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 기자는 마스크 착용률 100%에 육박했던 대한민국에서 왜 하루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는지에 대하여 어떠한 설명도 하지 못한 채 오로지 코크란 리뷰논문을 믿을 수 없는 연구결과라고 주장하면서 뒤이어 마스크의 강력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논문 2개를 소개합니다. 이 논문들은 예전에 올렸던 “마스크에 대한 망상에서 벗어나기”에서 <그들이 마스크의 효과로 국민들을 세뇌시킨 사례들>로 구체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굳이 다시 언급할 가치조차 없어 보입니다.
제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학계에서 치열한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안들을 두고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흑과 백을 가르는 일을 스스럼없이 해온 언론의 월권행위입니다. “가장 단기간에 거짓과 진실이 뒤바뀐 코비드 19 사태”에 적었듯 코로나19 사태는 불과 1~2년만에 misinformation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misinformation이 된 사건입니다. 즉,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팩트체크를 반성하는 자세로 다시 팩트체크해야 하는 시점입니다만, 그들은 아직도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을 기만하고 있군요. 제가 보기에 이 기자가 가진 마스크에 대한 신념은 <2+2=5>를 진실이라고 믿는 빅 브라더 국가의 진리부 직원과 별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다음은 소설 <1984>에 나오는 진리부의 모토입니다.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동안 자신들이 저지른 오류를 감추기 위하여 역사를 다시 쓸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목도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던져주는 '소마'를 거부하고 <2+2=4> 임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다수가 되어야만 그들이 두번 다시 이번과 같은 일을 저지르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