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덕희 Feb 07. 2023

"다시 한번" 마스크 효과없다고 발표한 코크란 리뷰논문

코크란 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은 소위 근거중심의학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공식저널로  "The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를 매달 발간하면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통하여 보건의료분야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죠.


지난주 이 저널에 "Physical interventions to interrupt or reduce the spread of respiratory viruses"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더군요. 마스크를 포함하여 각종 방역정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시행된 이 논문에는 총 78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이 포함되었는데 초록에서 마스크에 대한 부분만 발췌해 보겠습니다.


"Wearing masks in the community probably makes little or no difference to the outcome of laboratory-confirmed influenza/SARS-CoV-2 compared to not wearing masks"


즉, 지역 사회에서 사용하는 마스크는 독감이나 코비드 19와 같은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데 별 의미가 없었다는 결론으로 아래 그림은 논문에 포함된 메타분석 결과입니다. 물론 저자들은 마스크와 같이 사람 행동에 기반한 개입은 비록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이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마네킹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닌 현실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이 더욱 중요합니다. 



한편 유행초기였던 2020년 6월,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시행된 메타분석 논문이 Lancet이라는 빅저널에 실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메타분석과는 정반대로, Lancet 논문의 결론은 거리두기, 마스크, 보안경 등 모든 방역정책들이 매우 효과적이며, 그중에서도 마스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효과적이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 논문은 마스크 의무화제도를 시행하는 과학적 근거로 널리 인용되곤 했고, "질병청 제작 마스크 효과 한방 정리 시청소감" 적었듯 우리나라 마스크 홍보 동영상에도 핵심 근거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메타분석 논문의 결론이 이렇게나 다른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답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코크란 연합에서 발표한 메타분석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만을 대상으로 했고, Lancet 논문은 단기간 병원과 같은 특정 장소에서 시행한 관찰연구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의사라면 누구나, 아니 연구방법론에 대하여 단 1시간이라도 강의를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자의 메타분석 결과에 근거하여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방역당국과 그 전문가들은 정반대의 선택을 하죠. 


특정 장소에서 하는 단기간 마스크 착용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하는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제야 알게 된 새로운 지식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보고되었던 사실이죠.  유행 초기 그들이 판단착오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강제하면 안 됩니다"에서 적었듯 동아시아권에서 코비드 19 유행이 통제되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를 교차면역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요인이 아니라 마스크와 같이 눈에 보이는 방역정책의 결과로 오판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코비드 19 사태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모든 과학적 지식을 내동이치고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여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결국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지식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그런 사건입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 사회는 상상을 초월하는 유무형의 비용을 치뤄야 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은밀하면서도 지독한 비용은 아마도 모든 국민의 편도체에 깊이 새겨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