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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19. 2024

저탄고지 vs. 현미채식, 무엇이 더 건강한 식단일까?

세상에 존재하는 많고 많은 식단 중에 양극단에 있는 대표적인 식단이 저탄고지와 현미채식인 듯합니다. 이 두 식단 모두 확신에 찬 주창자들이 있고 열렬한 추종자들도 존재하죠. 각 분야에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건강서적도 여러 권이고요. 현실에서 보면 현미채식으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사람만큼이나 저탄고지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사람들도 많고, 각자 자신들이 선택한 식단이 인간한테 최적의 식단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 근거를 보면 꽤나 혼란스러워지는데 한쪽에서는 인간은 초식동물로부터 진화해 왔기 때문에 육식은 그 자체로 해롭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인간은 육식동물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채식, 특히 곡류가 해롭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저처럼 인간은 잡식동물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기호의 문제일 뿐이며 피해야 할 것은 정제탄수화물과 가공식품 정도라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환영받기 힘듭니다. 



국내에서 현미채식은 2009년 MBC에서 방송한 <목숨 걸고 편식하다>라는 다큐 덕분에 유명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미채식으로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신경외과 의사, 말기 직장암 선고를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암환자, 신장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거부하고 산속에서 역시 아무 문제 없이 살고 있는 환자들의 사례가 나오죠. 


그즈음 저는 <호메시스: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에 나오는 POPs라는 환경오염물질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었습니다. 이미 생태계를 완벽하게 오염시켰기 때문에 피하며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그리고 당시 한창 크고 있던 아이들이 POPs 오염도가 높은 음식만을 찾는 것을 보면서 도저히 답이 없다 싶었죠. 그러다가 현미채식은 상대적으로 POPs오염도가 낮은 식품인 동시에 체내에 존재하는 POPs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식단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채식주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베지닥터라는 의료인단체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 그 자체를 해롭다고 보는 베지닥터의 입장과 제가 가진 견해와는 꽤나 큰 괴리가 있는지라 결국 베지닥터에서 탈퇴하게 되죠. 


한편 저탄고지는 역시 MBC에서 2016년 방송한 <지방의 누명>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여기에는 저탄고지로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각종 임상지표들이 좋아지는 여러 사례들이 나오죠. 지방의 누명이 방송된 후 국내 주요 임상학회에서 저탄고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양가 감정을 가졌습니다. 일찍부터 지방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해왔던 입장에서 기존 도그마를 깨는 방송이 통쾌하기도 했지만, 저탄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지방 안에 포함된 수많은 오염물질의 실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양측에서 주장하듯 인간에게 동물성 식품 그 자체가 해롭거나 혹은 식물성 식품 그 자체가 해롭다면 현실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양 극단의 식이를 가지고도 건강하게 살거나 질병으로부터 회복되는 그 다양한 사례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는 단순히 동물성이냐? 식물성이냐? 혹은 지방이냐? 탄수화물이냐?가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른 설명을 찾아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우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3대 영양소로, 그램당 내는 칼로리도 다르지만 이들이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들 때 부산물로 만들어내는 활성산소의 양도 차이가 납니다.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에서 산소호흡동안 만들어지는 경미한 활성산소, 특히 과산화수소 (hydrogen peroxide)의 oscillation은 호메시스를 활성화시키는 핵심 시그널로, 과산화수소를 상대적으로 많이 만들어내는 영양소일수록 호메시스 작동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연소과정 중에 과산화수소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가 지방을 태우는 상황이 되면 그 자체로 호메시스 반응이 유도됩니다. 


저탄고지란 먹는 단계에서부터 탄수화물을 배제함으로써 세포가 일차적으로 지방을 태워서 ATP를 만드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을 현미채식만 하는 간헐적 단식으로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탄수화물을 많이 먹었다 하더라도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역시 저장된 지방을 태워서 APT를 만드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하루 3 끼 먹는 현미채식으로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지방을 얼마나 먹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가 지방을 이용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미세플라스틱,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중금속... 음식, 공기, 물, 토양 등 모든 것이 오염되어 버린 현시대에 이들을 피하면서 사는 방법은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하면서 살고자 하면 사람들의 마음은 늘 걱정과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15년 전의 저처럼 대책 없는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하고 그 방법이 (1) 일상적인 호메시스 작동과 (2) 배출에 집중하는 삶이라는 것이 제가 호메시스라는 책을 통하여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바입니다. 


저탄고지와 현미채식, 단순히 단탄지의 관점에서만 보면 양극단의 식단입니다. 그러나 저탄고지는 건강하게 자란 동물성 식품과 함께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고 현미채식은 지방섭취량을 늘인다면 둘 다 모든 것이 오염되어 버린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나름 최선의 식단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유식단까지 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저는 건강뿐만 아니라 먹는 즐거움과 먹지 않는 평화로움까지 경험할 수 있는 <자연식품에 기반한 간헐적 단식>을 가장 추천드립니다만...  


지금은 먹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이슈들이 양극단으로 나눠져서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종잡을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하지만 차분히 다양한 주장을 들어보고 스스로 경험해 본 후 본인한데 가장 적절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든 핵심은 성실한 실천이며, 건강을 위해서는 먹는 것 외에도 운동, 수면, 마음까지 모두 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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