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래전에 올렸던 “우라늄 수돗물 대소동”이라는 브런치 글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난 듯하여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만, 북한의 우라늄 폐수가 서해로 유입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군요. 한국사회에서 방사선과 관련된 모든 이슈가 그렇듯, 이 역시 정치적 논쟁으로 번져갈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약 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선동에 취약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입니다. 이제는 그 누구 하나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원전 처리수.. 그 때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전혀 걱정할 필요 없음을 수없이 강조했습니다만, 이들은 단지 핵마피아의 일원 정도로 간주되었죠. 반면 위험성을 부각하면서 사회에 공포를 조장했던 사람들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는 참지식인 대접을 받았고요.
그리고 원전 처리수 방류 후 약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그 진짜 전문가들의 말이 옳았음을 확인하는데 비용만 1조 5천억 원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당시 벌어졌던 일들이 얼마나 블랙코미디 같은 일이었는지 복기하지 않습니다. 반성하는 자들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 엄청난 코로나 사태조차 복기하지 못한 상태로 당시 질병청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는 한국 사회가 원전 처리수 사태 따위를 되돌아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죠.
그런데 이번에는 공수가 바뀐 상태로 북한 우라늄 폐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정부에서는 앞으로 2주간 특별실태조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아마 허용기준이내로 안전하다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지 않는 다수의 국민들이 존재할 겁니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사태 때 그들이 사용했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안전한 방사선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들만으로는 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권과 환경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이 적극 개입하여 판을 벌여 주어야 하는데, 현재 정치 지형상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군요. 아마 허용기준 이하로 문제없음 정도만으로 덮고 지나가지 않을까 싶고, 사실 누가 정권을 잡고 있든 정상적인 사회라면 또 그렇게 결론 내리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당연히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도 그랬어야 했었고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방사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모든 혼란의 핵심에는 LNT (Linear No-Threshold) 모델이 존재합니다. 지금 올리고 있는 <호메시스 혹은 호르메시스 이야기>에서 설명드렸듯, 방사선은 0만이 안전하다는 LNT모델은 차라리 유사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인 LNT모델을 끝까지 고수하는 연구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인류 건강을 위한 전문가들로 간주되는 현실에서 제 살아생전 대중들이 진실을 마주 할 수 있는 그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비선형성의 세계를 선형성으로 재단했던,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 LNT 모델.. 이 모델이 폐기 처분되지 않는 한, 한국같은 나라에서는 지금 같은 일이 공수 교대해 가면서 끝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듯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