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번, 거의 빠지지 않고 찾는 절이 있습니다. 이름은 절이지만, 통상적인 절과는 아주 다른 곳이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제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십여 명의 사람들이 일박 이일 머물면서 참선도 하고 공부도 하는 그 모임 이름은 <불교 과학 아카데미>입니다.
제가 그곳을 알게 된 것은 한 책을 읽고 나서입니다. 당시 저는 <태극권 이야기>에 나오는 여러 사건들을 체험한 후 명상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명상 관련 논문과 책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명상의 원조라는 싯다르타 고타마란 인물이 궁금해 이리저리 뒤적이다, 마침내 불교를 재발견하게 되죠. 특히 불교 이론을 양자물리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책들이 제 눈길을 끌었고, 그러다 읽게 된 책이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였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저자가 경남 함양에 약천사라는 절을 건립하여 <불교 과학 아카데미>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물리학 교수로 재직해 오셨던 노교수님이 뒤늦게 불교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건립하였다니.. 그곳에 가면 그동안 제가 가졌던 모든 의문을 풀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때부터 시작된 약천사 방문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저는 약천사를 두고 늘 '나의 <색성향미촉법>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곳'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지난달 방문에서는 이번에 내신 새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 제목은 <과학이 주목하는 죽음 이후의 일들: 사후 세계와 윤회에 대한 물리학적 고찰>입니다. 의식을 신경의 전기화학신호만으로 설명하는 현대 뇌과학에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과학의 성과와 한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신 노물리학자가 이야기하는 죽음 이후의 일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강의 시간과 쉬는 시간을 1분 단위로 쪼개시는 완벽주의자인 교수님이 펼치는 치밀한 논리에 이끌려가다 보면 어느새 사후세계와 윤회라는 평소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하여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공간이상의 무엇이 존재한다는 확신과 함께 죽음이란 문이 닫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이 열리는 것이며, 태어나고 죽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는 것일 뿐이라는 표현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죠. 인생의 마지막을 긴 와상 생활로 보내면서 평균수명이란 통계치가 늘어나는 것을 자랑하게 된 기만적인 현실에서, 죽음이란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삶이 좀 더 의미 있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