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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과 암

by 이덕희

최근 이화의대 천은미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을 두고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군요. 국내 언론 중 이 논문을 보도한 곳은 매일경제가 유일한 듯했는데, 제목을 “코로나 백신이 암 위험 키운다?…‘엉터리’ 취급받은 국내 연구진 발표, 왜?”라고 붙였네요. 저널에 공식 발표된 논문을 소개하는 기사 제목치고는 매우 이례적으로 보였습니다.


기사에서 이 논문을 엉터리라고 비판한 인물은 바로 코로나 사태동안 맹활약을 했던 가천의대, 아니 지금은 모교인 고려의대로 자리를 옮긴 정재훈교수군요. 정재훈교수는 제가 코로나 사태동안 가장 많은 비판을 했던 전문가로, 실명으로 비판하는 것이 왠지 미안해 늘 “J교수”로 언급하곤 했죠. 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알았겠지만..


예방의학이란 분야가 전공의 시절 어느 정도의 경험과 지식이 가능한지 너무나 잘 아는 입장에서, 막 교수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젊은 교수가 감염병 수리모델링을 가지고 한국의 방역과 백신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매우 의아하게 지켜보았습니다. 수리모델링이 가진 엄청난 오류는 2020년 봄, 스웨덴 사례로 이미 세상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수리모델링을 놓지 못하더군요. 특히 백신패스 도입 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장차 한국의 코로나 사태가 복기된다면 가장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인물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었죠.


천은미교수는 2021년 하반기까지 대략 정재훈교수와 한 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백신패스가 첨예한 이슈가 되면서, 그때서야 자신이 경험한 백신부작용을 공개하면서 결별하죠. 2022년 1월 KBS 심야토론에서 천은미교수와 정재훈교수가 백신패스를 두고 서로 반대입장에서 토론을 벌이는데, “코비드 19 수리모델링의 오류와 그 위험성”이란 글에 제가 그 토론을 시청했던 소감이 잠깐 나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보려고 검색해 보니 미공개로 전환되었군요. 누군가 요청해서 내린 걸까요?



다시 천은미 교수논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논문은 소위 빅데이터, 즉 한국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1년간 암 발생률을 비교한 논문입니다. 제가 빅데이터에 기반한 역학연구들에 얼마나 회의적인지 그동안 제 브런치글을 읽어왔던 분들은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과장한다면 어떤 연구 결과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통계 분석에 포함되는 기간만 다르게 설정해도 완전히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죠. 구체적 사례는 “과학으로 포장된 백신 부작용 인과성 평가”에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정재훈 교수는 천은미 교수 논문결과를 두고 “백신 접종 후 암이 발생한 게 아니라 암이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해석했더군요. 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도 백신접종 후 부작용 때문에 온갖 검사를 하다 암을 발견한 경우가 있었죠. 그러나 이 해석은 그 자체로 코로나 백신이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더라면, 병원 이용도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 구태여 백신 접종자들이 미접종자에 비하여 각종 검사를 더 받을 이유가 없었겠죠.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백신 접종이 실제로 암발생 위험을 증가시켰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코로나백신이 면역 시스템과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체는 끊임없이 암세포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동적평형상태에 있고, 초기 단계의 암을 가진 상태에서 별문제 없이 평생을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면역 시스템 혹은 호르몬 시스템에 이상을 초래하면 몇 달 만에 인지할 만한 암으로 자랄 있죠. 암 완치판정 후 갑자기 말기암으로 진단받는 사례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저는 현 시점 어떤 해석도 가능한 천은미 교수 논문 결과에 대한 논쟁보다, 이 논문이 저널에 실릴 수 있었다는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코로나 백신을 둘러싼 해외 학계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거든요.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논문은 저널에 발표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코로나 시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연구 결과들이 줄지어 발표되었으며, 그 논문들도 천은미 교수 논문 못지않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무도 묻고 따지지 않았는데, 대부분 기존 방역과 백신 정책을 지지하는 결과를 보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따지는 것은 고사하고, 그 논문들 덕분에 락다운, 동선추적, 마스크 의무화, 학교 폐쇄, PCR 선제검사, 백신 패스까지 가히 블랙코미디라 부르는 것이 마땅한 그 정책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죠. NEJM에 까지 실렸던 그 kind of trash급 논문들..


코로나 백신과 암 간의 관련성을 그나마 편견 없이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연도별 각종 암발생률과 사망률 추이를 정밀 분석하는 것입니다. 매일경제 기사 말미에도 정재훈교수가 “우리나라 암 발생률은 백신 접종 이후로 안정적”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았습니다만, 그의 발언대로 백신 접종 후 암발생률이 안정적이라 한들 코로나 백신이 암과 관계없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죠.


거기에 추가하여 암이든 뭐든 코로나 백신 부작용과 관련된 정재훈 교수의 모든 분석은 제3자 검증을 필요로 합니다. 백신패스 도입에 있어 핵심 역할을 했던 전문가로 애초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이 불가능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정재훈교수가 분석한 <백신접종과 총 사망률 간의 관련성>에 대한 보고서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저는 전형적인 통계장난으로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질병청은 백신 부작용 인과성 평가를 재검토해야 합니다”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어쨌든 천은미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정재훈교수가 적극 비판하고 나섰다는 것이 꽤나 흥미롭군요. 두 교수 모두 한국의 기만적인 코로나사태를 이끄는데 절대적 공헌을 한 분들이긴 하나, 현재 두 분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 듯합니다. 사실 암이란 코로나백신으로 가능한 수많은 부작용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런 류의 논문들은 계속 보고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과연 그때마다 정재훈교수가 지금 같은 입장 표명을 계속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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