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L콜레스테롤?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은 없다

by 이덕희

최근 HDL-Paradox라고 불리는 현상이 학계에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LDL콜레스테롤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도그마만큼이나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정관념이 HDL콜레스테롤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생각이죠. 그런데 일련의 역학연구들에서 HDL콜레스테롤이 일정 수준 이상 넘어가면 심혈관계질환은 물론이고, 암,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신장질환, 폐질환, 골절, 그리고 치매까지 온갖 질병발생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잇달아 나옴에 따라 연구자들이 아주 당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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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HDL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높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약물개발에 착수했고, 실제로 HDL콜레스테롤치를 드라마틱하게 올려주는 여러 약들이 개발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서 이 약들이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은 확실하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죠. 현재 HDL콜레스테롤 높이는 약과 관련된 거의 모든 임상시험은 실패로 종료되거나 중지된 상태입니다.


관련 학계는 이런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두고 큰 혼란에 빠집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HDL콜레스테롤 혈중 농도가 아닌 HDL이 가진 기능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관점을 바꾸고 있고요. 문제는 학계가 여전히 정작 중요한 사실은 놓친 채,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HDL 크기 혹은 단백질과 지질 구성성분 등이 어떻게 HDL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가에만 관심이 있을 뿐, HDL콜레스테롤을 오염시키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HDL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거든요.


인체내에서 HDL콜레스테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간에서 담즙으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이때 담즙을 통한 HDL콜레스테롤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오염물질로 가득한 혈중 HDL콜레스테롤치가 높아집니다. 이처럼 HDL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다른 장기에 악영향을 주게 되죠.


장기적으로 HDL콜레스테롤 치가 너무 높으면 수많은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만, 가장 우려할만한 질환은 치매입니다. HDL은 혈중 지단백중에서는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혈액뇌장벽을 통과해서 신경계와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HDL이 각종 오염물질들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래는 최근 한 논문에서 보고한 HDL콜레스테롤과 치매 간의 관련성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아래 패턴이 더 뚜렷해지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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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유튜브에서 스타틴을 둘러싸고 벌어진 닥터쓰리 vs. 닥터딩요의 논쟁을 보고 “스타틴을 둘러싼 논쟁? 우리는 뭘 놓치고 있을까??”라는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당시 저의 최종 소감으로 각자 최선을 다하여 절반의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고 적었고요. 양쪽 모두 지금까지 자신들이 놓치고 있었던 다른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만 앞으로 발전적인 토론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사실 지방조직과 지질의 오염문제는 그동안 제가 발표한 논문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던 내용입니다만,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 한번 이 이슈를 학계에 공식적으로 제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그 후 평소 공동연구를 해왔던 미국과 스웨덴의 연구자와 함께 작성하여 2025년 발표한 논문이 “Rethinking Cholesterol: the role of lipophilic pollutants”입니다. 저널 편집자가 이례적으로 큰 관심을 보였던 논문인데,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의사가 있다면 꼭 원 논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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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케톤식, 저탄고지, 카니보어식을 주장하는 분들은 먹거리와 관련된 모든 기존 관점들을 경제적 이익에 눈이 먼 관련 산업계가 만들어낸 음모론으로 부르면서, <LDL콜레스테롤은 아무리 높아도 괜찮다,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의 비가 핵심이다>이라고 주장하더군요. 이 주장에는 <중성지방은 낮을수록 좋고, HDL콜레스테롤은 높을수록 좋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그 어떤 지표도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것도 없고,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도 없습니다. 고대부터 현자들이 이야기했던 중용, 중도의 원리가 가장 잘 적용되는 분야가 생명체입니다. 즉, LDL콜레스테롤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주장도 오류듯, HDL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주장도 오류입니다.


현시대 피할 수 없는 수많은 환경오염물질들에 대한 대처법으로 배출과 호메시스를 이야기해 왔던 저는 아마 그 누구보다 저탄수화물식과 풍부한 지방과 단백질 섭취의 장점을 잘 이해하는 연구자일 겁니다. 환자들의 경우 질병에 따라 최적화된 개별 식단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식물독, 식이섬유 등을 이야기하면서 식물성식품 자체를 애초에 인간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규정하고 선정적인 영상으로 대중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역시 사회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군요. 결국 코로나 시기의 마스크나 백신과 마찬가지로 각자가 다양한 주장을 들어보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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