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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05. 2020

돈은 안되겠네

인사이드 르윈. 14.03.09

오랜만에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 가서 <인사이드 르윈>을 관람했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가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는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광고가 뭔가 원스 스러운 탓에 착한 음악영화일 거라 생각한 내가 답답해졌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같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착한 영화를 만들 리가 없지.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이 세계에서는 '좋아하는 일'이 생긴 순간 어느 쪽을 택하든 우울과 피로가 엄습한다. 좋아하는 일에 엄청난 재능이 있거나 그것으로 취업할 수 있는 이들은 행복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닌 대다수의 이들은 다음 중 하나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르윈의 표현처럼 시체같이 살거나, 하고싶은 일을 재능도 없이 이어나가며 존엄을 까먹고 시달리고 회의하며 살아가거나. 어느 쪽을 택하건 밤 중에 잠 못이루고 눈물 짓는 날이 계속 될 것이다. 어느 날 밤은 내가 왜 그딴걸 좋아하게 되었을까 하고 결혼생활 망한 부부마냥 스스로의 삶을 원망하기도 하겠지. 르윈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는 이에게 슬픔은 다양한 원인을 하고 찾아오지만, 그 모든 슬픔은 한가지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것은 조용한 바에서 자신이 들려준 노래에 대해 '돈은 안되겠네'라고 말하는 그 사장의 표정일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정말 너무 가슴이 답답했다. 재능없는 이들이 재능이 있어야만 하는 세계를 삶의 공간으로 택할때, 혹은 포기할 때 겪어야 하는 처참함이 그 대사 하나에 다 녹아있었다. 밤거리에서 맞고 굴러다니는 주인공을 보며 '그래도 노래할땐 행복하잖아'라고 말한다면 그건 천치거나 싸이코패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피로함을 드러내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말도 안되는 성공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차라리 사는게 이렇게 피로하다는 것을 눈앞에 던지는 것이 꿈만 있는 장삼이사들에게 더 위로가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내일부터 다시 직장생활 잘 해보자-라고 향방작계 행군하며 마음먹었던 것이 다 사라져버렸다. 피곤한 영화다. 예전에는 이런 영화들을 보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이 다 내가 갖고있지만 깨닫지 못했던 여유에서 나왔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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