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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18. 2020

브랜드나 사람이나 비슷하지

우리가 돈 많고 유명하거나, 존잘러라면 타인의 눈치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물질적 빚을 지지 않고 그냥 내 하고싶은 거 하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윤리를 위반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의존을 많이 줄일 수 있단 얘기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라서 브랜드가 크고 유명하고 헤리티지가 있다면 광고물의 개별 성과나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아주 많이 신경쓰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브랜드들은 (여기서 브랜드란 브랜딩이라는 무슨 거창한 그런 게 아니라 걍 상표) 광고플랫폼에 세를 내고 들어가야 하고, 사람들에게 '날 좀 봐주십쇼~' 하는 빚을 지고 있다. 존잘러가 아니란 얘기다...ㅠ 좋건 싫건 일정부분을 그 플랫폼과 사람들에게 맞춰야 한다. 규격도 맞춰줘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좀 포기해야 하고. 좀스럽게도 굴어야지...별수 있는가. 사회생활이랑 똑같아.

이것을 균형을 잘 잡아서, 훌륭하게 맞추는 것과 브랜드의 통일성이랍시고 그냥 일관성이라고 모든 것을 통일시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후자를 한다고 전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걸 혼동하는 건 내 생각에는 사채 꿔서 벤츠 사는 격이다.  


나는 요 몇년간 브랜딩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혹은 본질 이니 변하지 않는 것 이니 등을 강조했던) 흐름들의 가장 큰 폐해가 이러한 '빚'을 생각하지 않고 일관성이 유지되면 브랜드가 강해진다는 이상한 환상을 심어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케터들이 부정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사실 서비스/상품의 경험 외의 경험이 주는 인상은 극히 미미하다. 나도 사람들도 그다지 기억력이 좋지 않다. 내가 했던 발언도 일관되게 기억하질 못하는데 지나가는 상표는 하물며. 그리고 사실 우리가 지금 와서 보는 어떤 브랜딩의 성공적 사례들은, 정말 오랜 시간 쌓였고 그 시기에 가능했던 특정 방식으로 구축된 상표들이라서 70년대에 잠실 논밭 사놨는데 떼돈벌었다고 자랑하는 거랑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앗...근데 지금도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떼돈벌잖아?...)


예전에 어떤 영화감독이 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좋은 영화란 제작사와 대중의 어떤 '대중적인' 취향과 자본의 논리. 그리고 자신의 주관 사이에서 고군분투하여 결국 그들을 자신의 작가혼으로써 설득시킨 투쟁의 결과물이라고 했나. (혹은 그 둘 사이의 균형) 일이라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이런저런 광고물들을 보다가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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