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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05. 2020

함께 일하는 것이 직장.

일 못하는 사람의 특징. 물어볼 건 안물어보고 안물어봐도 되는 건 물어본다.
중간보고를 제대로 안한다. 


 이 짧은 풍자의 글을 SNS에서 읽고 나니 뭔가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1차적으로는 일을 내 스스로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그냥 그렇게 웃고 공감하고 말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보고를 제대로 안하고, 질문도 엉뚱하게 하는 사람은 물론 같이 일하기 쉽지 않지. 답답하고 짜증난다. 하지만 나는 좋은 일꾼,직장인이란 결국 사회에서 협동하며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자신에게 할당된 일을 잘 해내는 것 (목적달성) 만큼이나 유관자의 부족한 부분이나 어려운 지점, 수정이 필요한 지점을 적극적으로 피드백하는 책임(협동)또한 크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더 많이 하게 된다. 나도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더 그렇다.

 바쁜데 누가 잘 할때까지 붙들고 사정하고 기다려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내 경험상 잘못된 행동을 하는 10명중에 3명 정도는 적절한 피드백이 주어지면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고 더 나은 업무진행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냥 쉬쉬하고 뒤에서 무시하다가 타이밍을 놓친 후, '성인인데 어떻게 다 챙겨줘요' 하면 끝일까.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일터에서 각자도생 정신은 더 심해졌다. 누군가가 말이 좀 안통하거나 일에서 잘못된 태도를 보이면 그냥 눈을 감고 '너는 니 인생 멋대로 살아라 나는 할거 하련다'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게 지혜로운 일인 것 처럼 말한다. 나는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시장 확대, 동료에 대한 피드백 방기, 각자도생의 풍조가 왠지 다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하기사, 세상이 사람 값을 제대로 안쳐주니 그 사람들 끼리도 서로의 값을 제대로 쳐주겠는가? 어차피 남인걸, 어차피 결국 안볼 걸, 어차피 이 곳에 죽치고 평생 다닐 거 아닐 걸...도대체 우리 삶들은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렸을까.


 나는 이런 흐름이 정말 싫다. 같은 맥락에서 '회사에 배우러 왔어?'라는 말이나 좀 더 멀리 나가 '사람은 고쳐 쓰는거 아니다' 라거나 '00는 지능문제' 따위의 발언들이 정말 싫어도 너어어어무 싫다. 그 말들의 배경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들 개개인이, 실무자 하나하나가 무슨 거창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아니다. 좋은 피드백을 위해서는 시스템이 받쳐줘야 하고 여유도 필요하지. 상사가 거지같이 구는 꽉막힌 조직에서 무슨 피드백을 주고받겠어.


 근데 이런 식으로 따지면 다 상황이 비슷해진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순간이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완벽한 시스템이란 항상 없고, 짧게 잡아도 근미래에 존재하는데,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답답하게 군다면 나의 역량이 받쳐주는 선 내에서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 결국 일을 잘하고자 하는 이들이 해야 하는 진짜 '일'이 아닌가...비웃기 전에 말이다. 그런 생각이 정말 요즘 많이 든다.


 나는 지금 모든 회사원이 그래야 한다는 게 아니다. 일잘이 되고 싶고 일못이 싫고 지금 이 상황을 나름 자신의 의지로 타개하고 싶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다. 이건 의무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까...누군가는 바뀐다. 한명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특히 일을 잘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맥락에 의존하며, 운이 따르는 것이라 지난날의 고성과자가 머글이 되기도 하고, 일잘러인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보니 위대한 쇼맨인 경우도 왕왕 있다. 그들이 잘못해서 그럴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과연 우리가 누가 누구를 일못이라고 비웃을 수 있을까.


'같이' 나아지고, 나아가고자 하는 시도만이 일의 끝에서 성과의 쾌감도, 회사의 칭찬도, 실익도 떠나가고 우리에게 남는 게 아닐까. 물론 적절한 피드백을 몇번 줘도 안먹히는 분들은 어딜 가나 있으며, 그런 사람들 만큼이나 꾸준히 '같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오신 분들이 있고, 거기서 우리는 존경과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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