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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18. 2020

뉴스를 끊자

요즘의 나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다. 이렇게까지 뉴스를 안 읽고 산 적이 없다. 예전에도 엄청 심도있는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정치 관련 뉴스 뿐 아니라 뉴스 자체를 엔간하면 거의 먼저 찾아보지 않는다. 앞으로 선거도 과연 참여할지 잘 모르겠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내가 마음을 줄 만한 세력이 없기 때문인 것 같고. 그냥 내가 먹고 살기가 바뻐서 그런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말해왔고 지금도 내가 지지하는 세력이 표가 필요할때는 그런 주장을 적극적으로 하며 투표를 권할 테지만 글쎄...앞으로 그런 일이 몇번이나 있을까? 그런 것들이 주변인에게 기만이라는 느낌도 많이 받는다.

조국 사건이니 뭐니 정치 뿐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난 작년 한해의 굵직한 사건들을 보며 든 생각은 대개 사람들을 휘감는 큰 사건들은 한국사회에서 플레이어만 바뀔 뿐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실망을 줄 것이다. 한국당은 계속해서 한심할 것이다. 좌파의 주장에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조국 같은 이들은 또 나올 것이다. 뚜렛 같은 관종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옛날에는 딴지와 나꼼수였지만 지금은 뉴스공장과 헬마우스다. 이 모든게 그들이 나쁘거나 멍청하거나 한심해서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이 반복을 만들어내는 금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반복되는 현상속에 개별 행위자를 비판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섣부른 소식에 분노하고 슬퍼하다가 ‘속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노동자는 여전히 어디선가 일을 하다가 죽고 억울한 사람들은 늘어간다. 자신들의 왕이 대통령이 되면 민주주의가 완성된다고 믿는 자들을 비웃는 것이 소확행인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도 15년 넘게 보고 있자면 못할 짓이다.


그러니까 자연스레 내가 관심이 가는 주장은 그 반복을 만들어 내는 구조에 대한 분석. 아니면 그것을 해결할 어떤 지난하고 지속적인 활동들에 대한 주장들 뿐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나마 읽을만한 게 주간지 정도 밖에는 없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무엇인가가 변하고 만다는 변곡점 - 이를 테면 페미니즘 웨이브 같은- 에서는 내 입장을 언제든 적극적으로 표명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듯 보이는 소모적인 개별 사건들에 대한 찬반과 입장과 감정을 밝히는 건 정말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든다. 그런 일을 반복하면 마치 우리가 더 똑똑해질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뉴스는 우리의 지성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건강에 해가 되면 모를까...뉴스를 끊자. 대신에 사건을 발생시키는 구조에 대한 분석을 더 많이 접하고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고 힘든 자들의 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활동들에 차라리 내 관심을 더 하자. 그리고 타인을 섣불리 공격하지 말자. 그것이 요즘의 내 작은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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