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학문적 영역에 무지한 일반시민 입장에서 보면...
식민지 근대화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날때마다 양 측 모두 '근대화'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고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가? 식민지 근대화론자도 반대론자들도 근대화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간직하고 있다. 막 나라가 부강해지고 시장이 발전하고 뭐...박정희가 얘기한 그런 근대화 맞지요?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일제강점기 덕에 한국의 발전 기틀이 마련됐다고 주장하는 이들 같고. 반대론자들은 한국이 근대화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는데 일제강점기때 강탈당했다 혹은 일제강점과 무관하게 독립 이후 근대화가 이뤄졌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인상을 받는다.
근데 제 3의 영역도 분명히 있다. 근대화를 그냥 어떤 사실관계로 파악하고 그것이 강제적이건 무엇이건 간에 일제강점기를 통해서 기틀이 마련되거나 이식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인데 사실 나는 이 입장이 더 정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꽤 오래 해왔다. 조선이 할 수 있었는데 못했어. 이런 가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선은 망할만 해서 망했다. 여운형 선생도 독립운동 초기 체포됐을때 '망할만 했던 정부여서 망했다'고 하셨다던가. 그런 아쉬움의 풀이는 대체역사소설이 할 일이지요. 그리고 그 맹아론이 학문적으로 아직까지 유효한지도 궁금하고.
일본이 남긴 공장이 유효했나 아니냐에 대해서도 ‘다 쓰레기 같아서 쓸 게 없었다'고 했으나 실제 통계를 뜯어보니 영향력이 컸다는 반론도 결국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근대화'라는 것은 무엇인가. 고작 이런 수준이라면 너무 지금까지의 논박들이 허망하지 않은가?
근대화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어떤 의미인가? 그건 내가 이해하기는 이런 의미다. 일제강점기때도 시장 형성이 안됐고, 노동력도 조직되지 않았으며, 그에 따른 개개인의 자아형성이나 민족의식 형성도 실패했고, 산업도 없었다. 그 정도 되어야 근대화 실패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분명 일제 강점기때의 변화가 있었을 텐데. 그걸 부정할 수 있는가.
역으로 또 다른 생각을 해보자면, 일제 강점기가 근대화에 기여했다면 일제가 가했던 폭력은 사라지지 않는 것인가? 이는 별개의 문제인데 마치 공과판단처럼 얘기하는 것도 내가 볼때 오묘하다. 이를 테면 식민지 합병이 합법이냐 불법이냐...이런 논의를 하는 거 자체가 웃긴 것 처럼. 법의 틀을 벗어나 그냥 세계사적 관점에서 폭력적인 행위인 것이지 근대화 여부가 피식민지 억압을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다.
다들 근대화라는 목표에 대해서 강박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석한다는 인상을 나는 버릴 수 없다. 일제때 근대화가 됐으면 또 뭐 어떤가? 인간 삶과 역사라는 게 원래 그렇게 아이러니 한 것 아닌가. 현재의 한국사회가 자랑삼을 만한 것들은 그러한 아이러니 하에서 한국사회가 어떻게든 성취한 게 아닌가? 이 기사에서 나오는 '일제 강점기에도 조선인의 삶이 궁핍했다'는 것이 과연 근대화가 없었다는 반박이 될 수 있는가? 박정희의 근대화는 보릿고개를 없앴고 한국인이 수행한 것이니 모두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내 생각에 수탈과 차별은 근대화의 과정에 있어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이 무진전쟁 과정에서 내부에서 벌였던 폭력은 조선 식민지 형성 과정에서 응용됐고, 이후 한국의 1960~1980년에서도 흔적을 남기지만 그렇다고 이게 조선반도에서만 일어났던 일인 것도 아니다. 그 모든 고난을 겪고 21세기의 한국은 근대화가 됐는가? 독립국가 대한민국에서 같은 한국인에 의해 발생하는 수탈과 차별은 무엇인가? 그것은 착한 수탈?...그냥 물음표가 가득가득한 주제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