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만세!! 가 아니고. 그냥 오늘 나온 반응들이 너무 재밌어서 끄적끄적.
1.주변 친구들에게도, SNS에서도 계속 했던 얘기지만 나는 기생충이 가난을 모른다는 말들이 여전히 너무 이상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야말로 전형적인 판에 박힌 가난을 계속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가난하면 화목해. 가난하면 포토샵 못해. 가난한데 어떻게 과외선생을 가장해 등등등.
기생충 비평이 가난 원조집을 가리는 콘테스트는 아닐테다. 내 기준에서는 '기생충 안될려면 노력해야죠'라는 도시전설급 감상평과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저런 코멘트들이 있다. 차라리 그런 주장들보다 봉준호가 그려낸 적나라한 갈등이 더 가난의 위험성 (가난 자체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서)을 더 풍부하게 나타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안에서 선악이 뭐 그리 중요할까...
2.물론 나는 기생충이 글로벌 인싸가 되는 과정이 여러모로 참 블랙코메디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 뉴스 보면서도 영화의 시작부터 현실세계 끝단까지 블랙코메디라는 생각을 했다. 서구사회가 아시아 영화에 대해서 또?...라는 느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기생충이 나타낸 세계의 묘사가 재밌는 비유가 아니라 정확한 지적이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을 움직인 동력이 아닐까. 기생충은 재밌고 뼈저린 영화지만 기본적으로 정확한 영화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 모기업의 전방위 활동이 있지만 그걸 제 7광구 같은 걸 가지고 할 수는 없잖..아? 물건이 좋아야 가져다가 잘 팔거 아닌가.그리고 이 뭔가 찝찝한 기분이 어쩌면 '이 밴드는 나만 알고 싶었는데!'의 느낌이 아닌 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
3. 이런 맥락에서 예전에 영화비평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영화는 체제에 반하는 균열을 이야기해야만 매력적이다. 그러나 배우부터 촬영까지, 영화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자본이 투여되야 한다. 이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영화가 적당히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전 단계를 뛰어넘는 규모를 만들 수가 있다. 그렇게 해서 대중의 열광을 얻으면 콘텐츠 자체가 시대의 면죄부가 된다. 기생충에 환호하지만 세계는 '아 이 놀라운 비유'라고 말할 뿐 딱히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기생충만 그러한가? 아닌 거 같은데...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글로벌 인싸에 등극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서, 그러니까 우리의 문제의식이 사실 세계 보편의 문제라는 감각이 처음이라서 괜히 더 이러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한국이라는 닫힌 계에서는 어쨌든 한 콘텐츠의 문제의식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볼 수 있었지만 이게 글로벌 단위로 가니까 파악이 잘 안되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건가? 싶은데.
어쨌든 이렇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정말 엄청난 영화인 것만은 확실하고. 사실 어찌됐건, 나는 <기생충> 정말 좋아한다. <조커>는 너무 싫었는데, <기생충>은 그냥 다 좋았다. (봉준호 감독이 진보신당 당원이어서가 아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그리고 대체로 후자의 개념에서 헬조선은 세계의 미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