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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Mar 05. 2020

타다만 혁신이고 나머지는 적폐?

 타다 법사위 발언기록. 꽤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정부가 혁신을 죽였다.' '타다 불쌍하다.' 말고는 잘 없는 거 같다. 실제로도 한 사업체가 안좋은 상황에 처했다는 건 거기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일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지금 많이 힘들겠지.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지만 이러한 격한 반응은 사람들이 실제 체감하는 택시의 불친절함에서 오는 것도 크다. 불친절한 구태 vs 친절한 혁신.

 물론 타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한 서비스이고 타다를 대하는 사법/행정의 지금까지의 과정들이 마냥 매끄러웠다고는 할 수 없다. 법안 통과 과정도 구태의 이미지를 더 키워줬다. 그러나 타다만이 혁신과 소비자 중심-나는 이 말 자체도 사실 별로 안좋아한다. 그건 우리가 일 할때의 언어지 사회구성원의 언어가 아니다- 의 대표이고 나머지는 다 적폐인 것처럼 짜여져 있는 이 흐름이 매번 의아하게 느껴진다. 나는 타다가 혁신의 예수같이 구는 이 포지셔닝이 볼때마다 너무 당황스러웠고....솔직히 이 상황은 타다의 이상한 PR전략이 만들어낸 (전략이 있는 것인지조차도 잘 모르겠는) 요인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스타트업 쪽은 유난히 더 격한 반응이 보인다. 남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럴 테다.  


 이 법의 방향성이 맞는지는 충분히 이야기 해 볼 수 있고 결국 시간이 이를 판단해 줄 것이다. 정치가 왜 혁신을 방해하냐는 의견에 대한 내 생각은, 정치란 갈등을 조정하고 자원을 재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마냥 한쪽이 편하다고 혁신을 하는 역할이 아니란 것이다.


 편리는 중요하나 이 국면은 갈등이 컸고 상징성이 있었다. 중요한 포인트는 갈등의 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식견이 부족해서일수도 있다. 그러나 타다=혁신이라는 단순화에 빠지면 우리가 소비자가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지점들을 볼 수 없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택시는 왜 불친절해졌고 잡기 힘들어졌는가.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은 어떻게 사업을 하려 하는가. 타다에서 일하는 기사들은 어떤 상황에 있는가. 택시기사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이들의 삶은 좋아지고 있나 나빠지고 있나. 이 법이 들어오면 택시기사들의 삶은 조금 더 나아지는가.


 이러한 질문도 놓치게 된다. 타다를 제도권 내로 포섭하면 혁신이 다 죽는가? 그리고 타다가 말하는 혁신은 전체에 이득인가? 혹시 그 이득이라는 것은 다음 네 가지 존재에 이득이 아닌가? 첫번째 타다. 두번째 투자사. 세번째 타다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적/물적 자원이 있는 서울의 젊은사람들. 네번째 4차 산업혁명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불분명한 개념과 미래에 기대서 이득을 보고자 하는 이들. 근데 이 네 존재의 편리가 정말 사회 전체의 복리증진인가. 만약 그렇다면, 한쪽에서는 분신자살을 해도 사회 전체의 효용이 늘면 되는 것인가?


 타다의 자동차수가 택시보다 훨씬 적으니 택시업계는 안심해도 된다는 식의 논리는 이마트는 널찍이 한개씩만 있으니 지역상인들은 안심해도 된다는 논리랑 비슷하다. 일각의 타다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제약을 받으며, 혹은 회사의 제약 하에서 일해온 택시기사들이 불친절하니 망해도 싸다는 수준으로 가면 그것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일 뿐 아니라 무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법의 허점'이라는 키워드를 피할 수 없다. 타다가 경험의 측면에서는 혁신이었다 하더라도 사회의 틀에서 공정하게 영업했냐고 물어보면 그것 또한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허점을 찾아서 효율을 내는 것은 그게 기술적 혁신이건, 법의 허점을 활용하는 것이건 사업의 본질일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을 취했다고 해서 타다가 비도덕적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회와 정치란 그것을 계속 막아내고 보완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편리'를 제공한다고 그 허점을 용인해버리면, 허점을 이용할 자원과 기회가 없는 존재들은 그냥 죽어야 하는가. 그 허점을 변화한 상황에 맞춰서 바꾸는 것이 좋은 방향 아닐까.


 이 법안이 100점 만점이냐고 하면 당연히 동의할 수 없을 테다. 그러나 이 법안의 의미나 영향, 과정에 대한 대부분의 이해도가 몇점이냐고 하면 아마 나는 50점 미만일거라 생각한다. (나를 포함) 분명 나름의 고심은 많이 했다는 생각. 무엇보다 우리는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노동자기도 하고 시민이기도 하다. 모두가 이 문제를 소비자주의 관점에서만 분노하면서 이야기하는 상황이 이해는 충분히 되지만 맘이 좋진 않다.


 특히 이번 사건을 다루는 소위 사업,마케팅,브랜드 관련 페이지들을 보며 이런 류의 화자들이 얼마나 한쪽의 시각에 사로잡혀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음. 신물이 날 정도다. 사업가/소비자의 시각에 빠지기 쉬운 직종일수록 균형을 잡기 위해 이슈나 액션의 맥락을 봐야 한다.

 타다의 이런 상황은 타다로서는 원하지 않았겠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순간부터, 그리고 규제를 통해 공공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택시 시장에 진입한 순간부터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다. 이것을 언플로 돌파하려고 생각했다면, 혹은 그게 될거라고 믿었다면 안타깝지만 그저 정무감각의 부족이랄 수 밖에...


 인사이트 있는 척, 온갖 소식을 실어나르던 페이지들 중에 이런 감각을 갖춘 페이지가 거의 없다. 평화로울 때야 좋지. 좋은 뉴스들 퍼오면 되니까. 그런데 그런 생각이 없는 실무자란 결국  삼성전자 백혈병 사건 당시의 홍보팀 수준 이상의 무엇이 될 수 있겠나. 소비자만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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