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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pr 05. 2020

악마의 알리바이가 되는 삶

조주빈과 인간애

조주빈이 SBS와 몇개월 전 인터뷰를 한 걸 처음 봤다. 내용이 가관이다. 스스로를 이익에 냉철한 호모 이코노미쿠스인척 하는 이 인간을 나는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지어 남자들도(...)  여러가지 이유에서 내면에 브레이크가 있다. 물론 그 브레이크가 건강한 시민의 기준선에 부합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나 이 괴물이 서있는 위치가, 주류 남성의 세계관과 먼 거리에 있지 않다는 점도 확실하다. 괴물이 자라나기 쉬운 토양을 많은 이들이 형성한다는 얘기다.

 성의식에 대한 이야기들이야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고. 그것뿐만이 아니다. 인간애 따위는 개나 주고 지성을 뽐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n번방 문제에 대해서 객관적인 척, 이성적인 척 뽐내는 저 헛똑똑이 남성들은 어제 오늘 이야기도 아니다. 최근의 예로는 뭐가 있었지? 장애인 고용이나 여성 고용을 기업이 돈 되면 안할 이유 없다고 했던 자가 있었지.

 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 논쟁때마다 '토론의 기술'을 가지고 와서 논쟁을 수행하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이들은 마치 논쟁을 할때 마치 '토론의 기술'에 따라서 논쟁을 수행하면 (삐빅! 지금 님은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이길 수 있고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곤 했다. 나도 그랬던 시기가 있지만, 그 이후엔 그런 행동들이 그저 너무 기이하게만 느껴졌다. 아무리 조주빈 같은 자들이 냉철한 척 스마트한 척 해봤자 그들의 지성이란 그냥 그 정도 수준, 혹은 그보다도 한심하고 기이한 수준일 뿐이다. 아무리 논리적 기술이 빼어나도, 그 주장의 근본이 뒤틀려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 말이다.이제 사람들은 그런 찐따들의 패턴도 다 파악해서 사전에 이미 그딴 소리들을 할 거라고 예상한지 오래다.

 조금 시야를 넓혀보면 이런 이기고 싶어서 안달난 남성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일베에만 있나? 그 반대에 서있는 자들도 자신에게 이익 (그것이 금전이건 정치적 효능감이건)이 된다 싶으면 영혼 따위는 그냥 스스로 불사르고 막행막식을 일삼는다.

 동기야 다양하다. 원한 열등감 우월감 정치적 효능감 등등....그 행동의 대상이 되는 상대가 구체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고, 상상하지 않으려 한 지 오래됐다. 이런 판국이니 조금의 양념(혹은 금전적 기회)이 뿌려졌을 때 악마가 탄생하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옳은 편에 서 있어도 그런 구린 짓들을 하는 건 정말 구린 짓들은 놈들의 '쟤네도 저러는데 난 왜 안돼?'라는 알리바이가 되줄 뿐이다

이런 자들이 천지삐까리이니 싸우는 이들도 막행막식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인간애나 존중 따위 쌈싸먹어버린 객관성이나 분석 같은 것들을 믿지 않는다. 이기기 위한 공학적 기술이니 승리감이니 하는 것도 흥미도 없다. 쟤가 그랬으니 나도 그랬어요 라는 정당화는 질려버렸다. 사람의 얼굴을 상상할 수 없는 이가 말하는 논리니 객관성이니 지성이니 하는 것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이성의 측면에서도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감정없는 납작한 자들아...

 그런 것들이 반복되면, 조주빈 같은 이들에게 던져줄 배양토 한 웅큼이 또아리를 틀게 된다. "저는 사람에게 총을 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른 이익이 있을 경우라면 말이죠" 에서 총을 악플로, 막말로, 폭행으로 바꾸고. 이익을 정의로, 옳음으로, 공정으로 바꿔보자. 세계관의 측면에서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물론 그 조각이 있다고 조주빈이 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오히려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애시당초 전자의 문장이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후자에 무엇이 오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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