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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pr 05. 2020

인연과 외로움과 자비에 대해

고사리박사 <극락왕생>

<극락왕생> 정주행. 딜리헙 플랫폼 작품들에 대해서는 간간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계속 봐야지 생각하다가 오늘에서야 챙겨봤다.

 <극락왕생>은 지옥 중생 구제를 서원으로 삼은 지장보살을 보좌하는 도명존자와 어떠한 이유에서 귀신이 되었다가 1년의 삶을 부여받게 된 자언. 두 존재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세를 관장하는 관음보살의 명에 따라 삶을 같이 하게 된다.

 처음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두가지였다. 불교의 육도와 보살관을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세계관 (내가 또 이런거에 환장한다) 그리고 옛날 고퀄 잡지만화 시대에 준하는 작화. 그래서 단순히 동양 판타지물 정도로 생각했는데...보면 볼수록 이 작가의 스토리텔링, 문장력 및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엄청난 감탄을 하게 된다. 자비란 무엇인가. 인간의 인연과 외로움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잘 만들어진 여성서사라는 점도 작품의 플러스 요소.

 요 1~2년간 봤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 TOP에 꼽을 만한 걸작이다. 젤리빈의 <어둠이 걷힌 자리> 랑또의 <가담항설>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이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극락왕생>은 그 작품들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으로 아름답고 풍부한 문장과 이야기를 갖춘 만화다.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네이버-다음의 2강 체제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작품을 담을만한 다양한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대중성도 공감도도 높은 <극락왕생>은 왜 양대 포탈에서 연재되지 못했을까? 작가의 선택? 플랫폼의 편향성? 계약 금액의 문제?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적어도 확실한 것 하나는. <극락왕생>이라는 작품을 즐길 수 있을만큼, 우리는 정말 문화적으로 운이 좋은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참고로 플랫폼 특성상 회당 3,3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데.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 (3주에 1편씩 올라옴)과 퀄리티를 생각하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고 그리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시즌 1, 22화까지 종료되었고 시즌 2는 2021년 컴백 예정이라고 하시니 틈틈히 챙겨보면 좋을 듯. 단행본 작업도 진행중이시라 하니 꼭...! 구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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