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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pr 01. 2020

이틀만에 사랑에 빠졌다.

<이어즈 & 이어즈>

(스포있음)

 이틀 연속 <이어즈&이어즈>를 보고 이 작품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한동안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 주절 쓰게 될 것 같다. 구체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리면서도 절대 인간에 대한 사랑을 놓치 않은 작가에게 경외심을 느낀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는 극 중 이디스의 캐릭터가 정말 흥미로웠다. 활동가, 운동권인 그는 처음에는 중국-미국의 국경분쟁 지역에 가서 현장을 취재하고 참사를 알리는 활동을 하다가. 영국으로 귀국해서 자기 동네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포퓰리스트 비비언 룩의 활동을 보고는 "세상을 뒤엎고 있구만"이라며 호의적인 태도를 내비친다.


 참고로 이 포퓰리스트는 티비에 나와서 '난 팔레스타인 문제에 xx도 관심 없어요' '집 앞에 쓰레기나 잘 치워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고. 지역구 토론때 수세에 몰리자 갑자기 tv로 포르노를 키며 '스마트폰을 통해 아이들이 포르노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강제 스마트폰 EMP를 도입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자신에 대한 공격을 한방에 잠재워버리는 정치가이다. 그 뒤의 행동들은 뭐....예상하시는 대로.


 그런데 이런 태도들, 그러니까 이디스가 뜬금없이 비비언을 지지하는 것. 옆에서 보기에 도대체 자신이 해 왔던 활동과는 전혀 결이 맞지 않는 짓을 하고 있는 경우를 보는 경험이 의외로 잦지 않은가?

 물론 이디스 같은 활동가를 주변에서 볼 일은 많이 없지만.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흑화할때 이런 류의 판단미스를 자주 봤다. 실상 인간애에 기반해 있지 않은 어떤 활동들을, 자신이 탐탁찮게 생각하는 체제에 위협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승인하고 거기서 긍정적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지적 게으름. 끝까지 우리가 쥐고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장면이었다. 인간애. 구조적 사고. 맥락에 대한 판단과 역사의식..그런 것들.

이 분이다


 물론 그 이후의 이디스의 모든 활동은 사실 비비언 룩에 대해 지지했던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속죄가 아닌가 싶을 정도. 또 그가 인생 내내 해왔던 활동의 신실성을 생각해보면 그 잠깐의 판단은 어쩌면 리영희 선생님이 한때 문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정도의 실수일수도 있겠다. 다만 최후의 최후까지 이 극의 주제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극 초부터 꾸준하게 일관성을 유지해온 대니얼이나 뮤리얼이 아니라 이디스가 한다는 게 정말.....내게는 이 엄청난 드라마의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그가 성실한 활동가이며,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사랑의 의미를 마지막에서야 되새길 수밖에 없었던 존재였기 때문이겠지. 이를테면 부처의 10대제자 중 가장 늦게 깨달음에 들었던 아난다가 불경을 공유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 당연히 마지막에 눈물 엄청 흘렸다 �

쓸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조금씩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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