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타기인생 Mar 14. 2020

킹덤 시즌 2를 결국 하룻만에 다 봤네

스포일러 있습니다

토요일 하루 종일 누워 킹덤 시즌 2를 완주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양반의 머리를 어떻게 치느냐~등과 같은 시즌 1에서의 센스 넘치는 설정이나 비주얼 쇼크는 적은 편. 그래도 간간히 터진다. 연으로 동선을 파악해서 포격한다던가...시즌 1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서 좀비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이 여전히 잘 느껴진다. 그런 아이디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즌 1 최고 환장씬


-시즌 1에서 뿌려놨던 떡밥들을 진짜 엄청 빠르게, 합리적으로 회수한다고 느꼈다. 그 재미도 좋거니와 중간중간 진짜 헉소리 나오게 만드는 연출들이 있는데, 이게 떡밥 회수의 과정과 맞물리면서 보여주는 임팩트가 크다. 또 이 국면을 어떻게 빠져나가지? 싶은 상황들을 정말 묘수로 잘 풀어나간다. 이 묘수풀이를 보는 재미가 또 있다.


-권선징악이 확실하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조학주나 중전 같은 악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즌 2에서는 과거에 죄를 지었으면 반드시 댓가를 치른다.


  안현대감 일가가 딱 그 케이스인데...물론 그 대목에서 모두들 안타까움을 느꼈으리라. 다만 나는 이야기에서, 특히 <킹덤>같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에서는 이런 권선징악의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면 자신도 그 죄를 어찌됐건 받아야 한다. <킹덤>이 좋은 점은 그런 정의로운 죄인들이 그냥 처벌당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죗값을 치룬다는 점. 극 내에서 발생한 윤리적인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인상이 들어 좋았다.


미친 연기력...ㅠㅠ


-또 하나 마음에 든 점은 이창의 최종 결정. 물론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다크나이트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최종 결정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킹덤>의 매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작품의 진행이 설정과 캐릭터에 매우 충실하다는 점에서 온다. 좀비가 발생하는 방식, 대하는 방식, 그리고 캐릭터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들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설정을 고려하며 이뤄진다. 그리고 각 캐릭터의 결정은 극 내에서 그들이 해온 행동들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무슨 말이냐면 <킹덤>에서 좀비를 뜬금없이 조선식 발명 기관총으로 죽인다던가, 백신의 개념 같은게 튀어나와서 시대를 씹어버리는 일이 없다는 거다. 캐릭터들이 중세 조선시대를 뛰어넘은 사고를 갑자기 해서 '그래 왕은 다 소용없지. 핏줄도 다 무의미해' 라는 식으로 막 현대적 사고를 하거나 이창이 갑자기 흑막이 된다던가, 동래부사가 갑자기 무쌍을 찍는다던가...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물론 이창의 마지막 선택은 꽤나 혁신적이나, 또 아주 상궤를 벗어난 건 아니다. 만약에 뜬금없이 새 왕조를 세운다던가, 아이를 죽인다던가, 아니면 그 아이를 자신의 양자로(...)삼거나 숨겨서 살려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완료가 됐다면 시대와 캐릭터라는 두가지 설정에 매우 반한다고 느꼈거나 너무 상투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듯. 왜냐면 <킹덤>의 세계는 적장자 계승 원칙의 조선시대고. 이창은 계속 '왕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심지어 노산군을 찾아가서 떡밥까지 흘린 사람이 아닌가. 그리고 대제학이 계속 말하듯 '원자가 살아있으면 반대세력이 일어난다'라는 건 이미 조선시대에 숱하게 있던 일.


 그래서  <킹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왕실의 역사 - 계승자가 둘이면 피바람이 분다-는 사실에 입각해 설정을 짜고, 이창의 선택을 그 설정 안에 가둔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윤리적이고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한다. 그러니까 이창의 결정이 시대적 설정과 캐릭터 내에서 상당히 '현실성' 있는 결정이라는 거다.

 물론 이게 누가 봐도 납득 가능한 결정인가? 하면 자신 없지만...적어도 내게는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창 스스로도 자신이 지향하는 바가 명확한 캐릭터였으니까 거기서 계승을 했으면 정말 문제가 많아지지 않았을까?

이창...ㅠㅠ 막판에 너무 초췌해서 미션 컴플릿 하고 서서 죽는건가? 생각했다.


  차근차근 씨를 뿌리고, 거두고, 갑자기 튀어나와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도 없고...이 기본적인 걸 못하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지는 유튜브 <영화 걸작선>을 보면 느낄 수 있지 않은가. 근데 심지어 재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국 악역. 조학주의 카리스마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조학주도 왜 저러는지가 동기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고 중전은 말할 것도 없겠지....

아니 나는 무슨 이창+안현대감 급 묘수 있는 줄 알았자나여


 중전의 마지막 존버+자폭 전략에서 벙찐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중전의 몇가지 대사로 미뤄보건데 (여자라는 이유로 나를 깔보고 무시했다) 억압받는 여성의 분노와 욕망을 흑화시켜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동기가 좀 더 명확하게 표현됐다면 훨씬 입체적이고, 포스있는 악역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 아쉽다. 배우로써도 조금 아쉬움이 남지 않았을까?  (누군가 K-장녀 빌런이라고...)


-군더더기가 없는 정말 재밌는 드라마이고, 시즌 2도 환상적이다. 세계관 확정의 떡밥을 풀어놔서 또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다...그래도 제발 대박나서 시즌 3가 나왔으면!

그래서 누가 살아남았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조조와 흙밥을 먹는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