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타기인생 Dec 27. 2016

우리가 사는 세계, 라라랜드.

<라라랜드>를 보고 쓰다

  

<위플래쉬>에서는 영광을 위해서 존엄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더니, <라라랜드>에서는 꿈을 위해선 관계를 놓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개개인이 그 전제에 동의하는 걸 떠나 많은 이들이 거기에 설득당한다. 이건 분명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그냥 지나간 연애의 흔적들이 떠올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무수한 선택을 하며 무수히 많은 관계들을 버리고 맺으며 살아가지만, 지금 현재에 와서는 무엇이 최선이었는지는 라라랜드의 영화처럼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우리에게 명확하게 흔적을 남기고, 우리의 존재 의미를 입증해주는 것은 현실의 성과 뿐이지 않나. 관계는 내 삶보다도 더 불확실하고 어렵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불확실하니, 관계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그 끝에 우리가 지금 받아들이는 세계의 모습이 등장한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의 세계. 그 속의 주인공들에게 몰입하고 공감하는 세계. 영광을 꿈꾼다면 존엄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하고 꿈과 관계는 꼭 하나만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세계. 아무리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우리들의 '꿈'이란 경제적 성공,안정과는 떼어놓을 수 밖에 없는 세계. 그렇기에 꿈과 영광은 먹고사는 문제이자 내 개인의 삶이지만, 존엄과 관계는 나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게 되는 그런 세계.  

  이 세계는 'Another day of Sun' 따위의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유혹하고 기만한다. 그 오프닝곡이 불길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였을까. 나는 주인공 두사람이 자신의 꿈에 대해서 붙이는 표현들이 기만적으로 느껴졌다. 세상의 미치광이들을 위해서? 재즈의 전통? 그 어떤 진심도 성공의 필터를 통과하지 않고는 의미를 이해받을 수 없는 세계에서 그 진심들은 우리에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현실의 우리에겐 그런 기회조차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근데 그 전에, 우리는 정말 이런 세계가 좋나? 다른 선택은 없나?


매거진의 이전글 보편적 사랑에 도달하기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