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을 보고 쓰다.
우리가 겪은 개인적 경험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읽고,볼때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내게는 그 경험이 외할아버지의 죽음이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영화 속에서 좌절하고 있는 노인을 보고 있으면 유난히 더 눈이 가고 마음이 아프다. 작년에 본 <죽여주는 여자>도 그랬지만, <로건>에서 찰스 자비에도 마찬가지다. 그 명민함은 어디가고 헤메기만 할 뿐인 이 양반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 외할아버지가 누워있던 모습을 자꾸 떠올렸다. 그리고 좀 다른 이야기지만...우리 할아버지의 말년의 모습이 로건에서 찰스 자비에와 많이 닮기도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때문에 <로건>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을 울린 장면을 꼽으라면 나는 로건의 일행이 길에서 만난 가족과 가진 저녁식사 장면을 꼽고 싶다. 계속 무기력하던 찰스 자비에의 지혜와 생기가 돋보인 장면들이기 때문에,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정말 좋아할 거라고 난 생각한다. 그 순간의 정취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극 중에서 로건과 자비에는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정감 따위는 잊어버린지 오래고, 다치고 병들고 늙어서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영화 내내 행복이나 안심이란게 정말 단 한번도 찾아오질 않는데, 어쩌다 진짜 아주 잠깐 주어진 행복이라는 게 무슨 엄청난 게 아니라, 호의와 환대 속에 따뜻한 식사를 하고, 사람들과 농담을 하는 정도다. 그리고 찰스 자비에는 그걸 '이게 진짜 삶'이라고 말하며 로건에게 삶을 잠깐이라도 느껴보라고,만끽하라고 권한다.
나는 그 말이 참 슬프고 좋았다. 이런 게 진짜 삶이지. 극 중에서 그들이 겪었을 고단함을 상상해서 슬프기도 했지만. 혈기왕성하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던 우리 외할아버지가 말년에 얼마나 '진짜 삶'을 느꼈을지 궁금해서 슬펐고(종종 전화를 하면 길게 통화하지 않고 끊었던 그분의 모습과, 야근하느라 받지 못했던 그분의 전화가 생각났다) 그것이 비단 영화 속 엑스맨들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 순간의 단순함과 평이함에 비해 얼마나 성취하기 힘든 순간인지를 생각하니 또 슬펐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걱정 없이 호의를 주고 받는 일. 같이 밥을 나눠 먹고. 안부를 묻고. 서로를 걱정하고 돕고 아끼는 일. 정말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그런 순간조차 사치라고 느끼며 살고 있고, 그런 것 조차 기대하지 않고 적대와 냉소로 살아간다. 아마 찰스가 로건에게 이 '진짜 삶'을 만끽하라고 한 것은 행복의 순간들을 차곡차곡 발견하고 그것을 느낄수 없는 이가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 자기 스스로 실감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어떤 순간에 제일 행복한지를 계속 인지하고,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인생은 짧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많은 시간들이 있고. 그 행동들만이 우리의 영혼을 구원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