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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May 03. 2020

용산역 코레일 멤버쉽 라운지.

 아버지 일로 전주에 가야 해서 용산역에 왔다. 시간이 많이 남아 카페를 갈까 하다가 당일 승차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코레일 라운지가 보여 1시간 정도 남은 시간을 그 곳에서 책을 읽을 요령으로 자리를 잡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누군가가 들어와 앉았고 직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우르르 따라 들어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표 보여주세요. 표가 있으니까 들어왔지 당신들 바보야? 지금 부정 사용 하신 거예요. 신고해 빨리 저 사람 답없네. 니들 정말 할일 없구나? 나도 표 있어. 매우 앙칼지고 불안한 목소리다. 그런 실랑이를 2분 정도 하고 여성분은 밖으로 나갔다. 그때서야 그분을 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성 노숙인 같았다.

 소란이 진정되고 호기심이 지나가고 난 뒤에 내 머릿속에 남은 말은 코레일 직원들의 ‘손님들 불안하게 하지 말고 빨리 나가세요’ 였는데 그 말에 괜히 속이 쓰려 더 이상 라운지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나와서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기차를 탔다. 내가 무슨 부정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코레일이 그렇게까지 유난을 떤 것도 아니다. 근데 이 찝찝함과 불쾌함은 뭘까.  


 그 여성분의 문제는 뭘까? 노숙인이라는 것? 어쨌든 공공장소의 ‘멤버쉽 라운지’라는 기묘한 공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왜 왔을까. 표는 어떻게 구했을까? 그 분이 안쓰럽다느니 불편하다느니 이런 문제가 아니다. 그런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코레일 직원들이 노숙인 문제로 업무적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란 짐작도 되고. 노숙인의 구조적 곤경과 별개로 개개인의 양상이 달라 상대하기가 곤혹스러운 분들도 계실거라고 분명 생각한다. 내가 내 돈 주고 들어간 카페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면 나는 별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용산역이라는 특수한 공공장소와 코레일이라는 회사를 생각을 하다 보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이 라운지에 들어와 있던 내가 괜히 싫어졌다.


 나는 노숙인에 의해 불쾌함을 느끼고 불안한 소비자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속물근성일수도 있지. 카페라면 달랐을 거라고 변명하는 나도 싫다. 다만 나는 그냥 앞으로 코레일 멤버십 라운지를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용산역 로비에서 기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다. 공공장소라는 건 모두가 쾌적한 공간이라는 뜻일까. 공공장소에서 공공인프라를 사용하는 데 있어 멤버십을 요구하는 공간이 존재하는 게 맞을까? 그냥 모두가 북적북적 부대끼는 게 낫지 않을까. 대체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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