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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May 05. 2020

재택근무가 끝나고 표정을 잃었다.

 거의 두 달간 진행됐던 재택근무가 종료된다. 내일부터는 정상출근을 해야 한다. 마음이 설레면서도 싫고 아쉬우면서도 후련하다. 재택근무 첫 한달은 정말 어려웠다. 정기적인 출퇴근 환경 하에서만 8년 가량 일을 해왔기 때문에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게 너무 낯설었고, 그로 인해서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이 분리되지 않는데서 오는 괴로움도 있었다. 누군가 트위터에서 "재택근무는 답이 아닙니다. 근무없는 재택이 답입니다" 라는 말을 했는데 이보다 더 실감나는 표현이 없었다.  고통스럽다기 보다는 곤혹스럽다는 게 맞는 표현일테다. 물론 이런 고민들은 현재 사회환경상 꽤나 사치스러운 고민이지만...

 다행히 적응을 어느정도 하고 요령이 생기고 나니 재택근무에서의 효율은 올라갔다. 출근때와 같은 시간에 샤워하고 옷 갈아입기, 점심때는 꼭 나가서 햇빛을 쬐고 오기, 45분 단위로 타이머를 잘 활용하기 등으로 규칙을 만들려고 했다.  나중에 재택근무의 효율을 높이는 여러 이야기들을 확인해보니.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찌됐건 핵심은 루틴과 규칙을 만들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다만 집에만 있다 보니 다른 루틴들은 다 또 망가졌다. 영어공부, 운동 습관도 흐트러졌고 아무래도 출퇴근과 회사 내에서 소요되던 활동량이 줄어드니 살도 쪘다.


 다만 재택근무의 문제는 정작 다른데서 나타났는데...누군가 상호작용하는 게 너무 어색해졌다. 말을 할 일이 없고 좋고 싫은 표정을 지을 일이 없으니 그런가? 그렇게 지내다가 어쩌다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들이 '너 왤케 뭔가 잃어버린 사람같냐'라는 말을 하곤 했다. 물론 이 기간동안 내 개인사가 순탄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고, 그런 것들을 친구들에게 왈가왈부 토로하다보니 정작 만났을 때는 즐거운 얘기는 하지 못할 망정 분위기에 재뿌리기 싫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회사에 나가서 얘기를 할 때도 이런 내 상태가 조금 곤혹스러웠다.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는데, 마스크를 벗고 내 표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몹시 힘들게 느껴졌다. 억지로 웃기도 싫고 그렇다고 또 무덤덤한 사람처럼 구는것도 싫었다.

 물론 내일부터 출근하다보면 적응하고 해결이 되겠지만 지금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말들에 리액션을 해주는 게 어렵고 스트레스풀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내 사회성 게이지가 10 정도 충전되어 있고 하룻 동안 6~7정도를 쓰고 집에 와서 다시 충전했는데. 이 게이지가 그냥 퍼져버린 느낌이다. 고작 두달만에 회사 커뮤니케이션이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초년생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이게 어쩌면 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방향이 마냥 좋기만 한 걸까. 재택근무의 부작용이 사회생활 부적응이라니 나만 이런 것일까. 아무리 버겁고 싫다 해도 나는 사람들하고 이야기 나누고 얼굴 보며 일을 해나가고 싶다. 그게 그나마 모자른 나를 채워가고 근본적으로 부족한 내 사회성을 키우고 유지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내가 쌓아놓은 루틴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도 깨달았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다시 아침에 공부하고 나가서 일을 하고 퇴근하고 운동을 할 것이다. 


우리집 사무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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