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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May 03. 2020

태도, 혹은 애티튜드.

 내가 회사생활 시작하고 나서부터 정말 듣기 싫어했던 회사 용어가 몇개 있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애티튜드(attitude). 저 사람은 애티튜드가 좋아. 이번 신입은 애티튜드가 별로야...나는 그 단어를 들으면서 도대체 태도라는 정확한 단어를 두고 왜 애티튜드라는 말을 쓰는지 줄창 미스테리였다. 같은 의미에서 BEP라는 말도 별로 안좋아한다. 손익분기점이라구 하면 되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을 해 보면 애티튜드라는 단어를 정말 허세의 일부로 사용하는 자들도 있었겠지만 한국사회에서 태도라는 말을 쓸 때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공격성을 완화하기 위한 단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를테면 후임을 가르칠때 당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당신의 애티튜드에 문제가 있다...이렇게 말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두 문장은 같은 부분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뉘앙스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전자는 깔아뭉개는 느낌, 그 사람을 훈육하고 가르치는 느낌이 더 강하지만.  


 후자는 '애티튜드'라는 낯선 명칭의 무언가를 지적해서 약간 두루뭉실해지는 느낌이 일단 들고, 이제부터 인지하면 고칠 수 있고...뭐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사실 어물쩡 넘어가는 느낌도 있고. 물론 태도건 애티튜드건 공격적으로 말하면 그런 미세한 차이 따위는 말짱 개판되는거고, 나쁘게 생각하면 용기없는 단어사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는 태도라는 말이 더 좋다고 생각한 20대 후반의 이동훈이 지금보다는 더 직설적인 사람이었을수도 있지. 애티튜드라는 말을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말을 써서 부드럽게 넘어가야 하는 순간에 대한 예민함은 더 많이 늘어났다. 한국사회에서 태도 운운하는 순간 거의 이제 뭐 싸우자는 거지요.


 누군가는 좀 답답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서로 주고받으면서 빡빡한 사람은 좀 더 부드럽게 말하고 나같은 인간은 좀 더 확실하게 말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겠지. 서로의 애티튜드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근데 예나 지금이나 나는 돌려말하기를 잘 하는 사람이고 그런 내 성향에 대해서 한동안 스트레스도 참 많이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내 성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들 간단명료한 말만을 요구하는데, 어딜 가도 매사를 '태도가 별로야'라고 말하는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빡빡한가. 하고 합리화를 좀 더 잘하게 됐네. 여전히 애티튜드라는 말은 입에 붙지 않지만 이런저런 말의 맥락들을 예전보다는 좀 더 생각해보게 된다. 다만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을 좀 더 부드럽되 정확하게 말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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